[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월요일

2022. 11. 29.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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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 한 편의 영화 주인공입니다.

지금껏 나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도 아닌, 단역도 아닌 지나가는 여인으로도 출연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심드렁해서 발을 꼬고 무릎을 맞댄 것처럼 영화는 흘러갔는데 볼 것 다 본 중년의 월요일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영화를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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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온
생각나는 건 별로 없었다
 
멈출 수 있었지만
멈추면 더 이상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고
 
아무도 멈추지 않아서
내가 영화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둔 극장에서는
모든 게 멈춰있는 것 같아서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
어깨를 낮췄다
 
누군가의 얼굴과
나의 얼굴이
 
겹쳐있었다 심드렁해서 발을 꼬고
무릎을 맞댄 것처럼 영화는 흘러갔는데
 
월요일이었다 뚫어지게 쳐다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몸이 무거워도 영화가 영화를 끝낼 거라는 걸 알았다
 
나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어깨를 낮춰도 상관없었다
 
그래도 볼 건 다 봤으니까
영화가 영화를 이끌고 가는 중이었다
우리는 각자 한 편의 영화 주인공입니다.
지금껏 나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도 아닌, 단역도 아닌
지나가는 여인으로도 출연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생각나는 역할이 없습니다.
그러한 나를 보며 갑자기 인생을 멈추고 싶어집니다.
멈추면 더 이상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내 인생의 낡은 필름을 돌려봅니다.
누군가의 낮춘 어깨에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 있는 젊은 나를 바라봅니다.
심드렁해서 발을 꼬고 무릎을 맞댄 것처럼 영화는 흘러갔는데
볼 것 다 본 중년의 월요일입니다.
월요일은 일주일의 시작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영화를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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