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아이돌부터 40대 부모까지 MZ? 카오스에 빠진 MZ활용법
언론의 MZ세대 사용 현황 분석…세대 기준 모호한 홍보성 기사
한국에서만 쓰는 용어 "흥미 유발성 제목이 원인"
정부·은행 공식 보고서에도 등장…이대로 괜찮을까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10대 아이돌부터 대학 새내기, 신입사원, 2030, 40대 부모, 새천년세대까지. 이 모두가 'MZ세대'다. 모호한 세대 구분에 대중은 혼란에 빠졌지만 언론의 'MZ세대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정부, 은행 등 공식 보고서에도 등장한 MZ세대에 전문가들은 거친 세대 구분이 사회문제 본질을 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MZ세대는 한국에서만 쓰는 세대 구분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분리해 사용한다. Z세대를 처음 만든 미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1980~1996년생을 밀레니얼 세대, 1997~2012년생을 Z세대로 구분했다.
통계청은 'KOSTAT 통계플러스 봄호'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1980~1994년생, Z세대를 1995~2005년생으로 구분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 구분에 따르면 MZ세대는 10~42세, 통계청 기준으로는 17~42세에 해당한다. 어떤 기준으로도 10대부터 40대를 포함하는 굉장히 폭넓은 정의다.
언론은 MZ세대의 정확한 정의를 기사에 명시하지 않는다. 대충 '젊은 사람들'로 뭉뚱그려 보도한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9월 언론의 MZ세대 사용 행태와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혼란을 짚었다. 많은 사회학자들이 문제의 진짜 원인이 가려질 수 있다며 우려했지만 언론의 보도 행태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관련 기사 : 'MZ세대'라는 말은 어딘가 잘못됐다]
아이돌 장원영도 키즈숍 가는 부모도 모두 MZ세대

특히 홍보성 기사에서 MZ세대 사용이 빈번했다. 동아일보는 28일 E03면 (LIVING & ISSUE 섹션)에 MZ세대 아이콘으로 2004년생 아이돌 '장원영'을 소개했다. 기사에서 언급된 패션에 대해선 '요즘 1020 여성들의 잇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역시 8일 B04 경제면에 치킨 관련 홍보성 기사를 내며 “10·20대가 선호하는 소떡소떡 메뉴를 토핑처럼 올려 다양한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일보는 MZ세대를 '젊은 부모'로 그렸다. 국민일보는 7일 20면에 '키즈숍'의 성장세를 소개하며 “MZ세대 부모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했다. 오프화이트, 스톤아일랜드 등 여러 브랜드를 거론하며 'MZ세대 부모에게 인기가 많다'고 했지만 MZ세대의 정의는 밝히지 않았다.
이외에도 세대 구분을 흐릿하게 만드는 보도는 셀 수 없이 많다. 헤럴드경제는 24일 '21명의 MZ세대 작가들이 수놓은 작품들'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본문에서는 '21명의 이십대 젊은 작가들'이라고 했고 'MZ기자들이 만드는 MZ뉴스'의 슬로건을 내건 매체 '뉴시안'은 “MZ세대 여성은 마라탕, 남자는 치킨 즐긴다”며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체크카드 분석 보고서를 인용했다.

대중은 혼란에 빠졌다. 구글에 MZ세대를 검색하면 'MZ세대 뜻'이 뒤따라온다. 23일 한국경제 '“MZ 동료들과 소통에 고민”…'국민 멘토' 오은영의 해답은' 기사에서 한 직원은 자신을 '낀 세대'로 소개하며 “MZ세대 동료들과의 소통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직원은 1980년대생으로 'MZ세대'에 속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2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 사람들은 MZ세대를 Z세대에 가깝게 인식하고 있었다. 연령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아래로 몇 살까지를 MZ세대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하한선의 평균 나이는 16.1세, 상한선의 평균 나이는 30.7세로 나왔다. 동시에 Z세대는 자신을 MZ세대로 부르는 것에 대해 61%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통계청, 한은 보고서에도 등장한 MZ세대…정책 효과 떨어질 수도
언론의 MZ세대 남용에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9월 미디어오늘에 “언론이 과도하게 일반화하거나 남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고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이 세대 구분을 강조하다보면 근본 원인에 대한 관심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며 흥미를 유발하는 한국언론의 '낚시성' 제목을 'MZ세대 남용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그러나 MZ세대는 현재 언론을 넘어 은행, 정부 등 공식 보고서에도 등장하고 있다. 정의는 제각기 달랐고 세대 간 차이가 뭉뚱그려져 흐릿해지고 있었다.

통계청은 지난 7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MZ세대가 사는 법' 카드뉴스를 올리며 MZ세대가 총 인구의 32.5%를 차지하는 세대이고 MZ세대의 주거 만족도가 다른 세대에 비해 높다고 했다. 고령세대로 갈수록 전반적인 주거 만족도가 낮아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밀레니얼 세대는 약 1300만 명, Z세대는 600만 명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Z세대에 비해 2배 이상 많았고 Z세대의 주택 상태 만족도는 7개 항목 모두에서 밀레니얼 세대보다 낮았다. 고령세대로 갈수록 주거 만족도가 낮아지는 추세에 Z세대 홀로 역행했지만 MZ세대 주거만족도에서 이는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해 행정안전부는 조직문화를 개선한다며 “정부혁신, 새천년세대(MZ세대)와 함께 만들어나간다”고 했다. 새천년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의 우리말이다. 정부 내에서도 시간에 따라 MZ세대의 정의가 달라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1일 발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비행태 변화 분석 : 세대별 소비행태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MZ세대를 사용했다. 하지만 보고서에서 MZ세대는 사실상 밀레니얼 세대였다.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차장은 보고서에서 “MZ세대의 연령범위는 M세대의 연령범위에 Z세대의 1995~96년생만을 포함하여 정의하였다”며 Z세대의 본격적인 근로소득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인용한 대부분의 매체는 제목에 'MZ세대'를 집어넣었다.

공식 보고서에도 등장하는 MZ세대, 이대로 괜찮을까. 인구학 권위자로 꼽히는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은 통상 미국의 세대 구분을 그대로 써왔다”며 “하지만 우리는 미국보다 더 빨리 변하는 사회라 밀레니얼 세대만 하더라도 20년 가까이 차이 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 말이 되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거기에 Z세대까지 묶어버리면 더 이상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영태 교수는 “정책의 세대 구분이 너무 크게 나오면 현실과 괴리될 수 있다”며 “타깃이 되는 사람들의 특성을 더 잘 알고 정책이 나와야 한다. 예를 들어 남성의 가사 외면 등 젠더평등 이슈가 정부의 저출산 정책 중요 기조였는데 이는 현재 90년대생(Z세대)과 맞지 않다. 사회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었는데 정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통의 오해가 생긴다. 이 사람은 이렇게,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해버리면 메시지가 전달이 안 돼 에너지가 하나로 안 모인다”며 “언론의 용어 선택은 중요하다. 언론이 자영업과 소상공인을 혼용하면서 정부의 법적 지원 근거가 있는 소상공인 문제가 상당히 가려져 있다. 언론이 청년층을 보도할 때 이것은 MZ세대 중에서도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는 등 대상을 명확하게 특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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