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줍고 칭찬받아 기뻐하는 노예근성”...일본 내부서 논란

박선민 기자 2022. 11. 28. 23: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 응원단이 27일(현지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일본과 코스타리카의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을 청소하고 있다. 일본은 이날 코스타리카에 0-1로 패했다. /AFP 연합뉴스

최근 일본 응원단이 독일 및 코스타리카와의 경기 이후 관중석에 남아 있는 음식 쓰레기 등을 치운 사실이 알려져 해외 각국의 호평을 받은 가운데, 일본에서는 경기장 청소가 되레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27일(현지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코스타리카의 E조 조별리그 2차전은 코스타리카의 1대 0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리 울리자 관중석의 일본 응원단은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일본 응원단은 푸른색 비닐봉지를 꺼내 반쯤 남은 탄산음료 병, 오렌지 껍질, 얼룩진 냅킨, 티켓 뭉치 등을 봉투에 담으며 뒷정리를 시작했다.

비슷한 광경은 지난 23일에도 펼쳐졌다. 이날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일본이 독일에 2대 1로 역전승을 거둔 뒤 일본 응원단은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며 객석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웠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도 라커룸을 직접 청소한 뒤 종이학을 접어두고 간 사실이 알려져 ‘완벽한 손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이가와 모토타카(58) 다이오제지 전 회장이 관련 논란에 불을 붙였다. 모토타카 전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쓰레기 줍기로 칭찬받고 기뻐하는 노예근성이 싫다”며 “이런 일은 기분 나쁘니 그만두라”고 했다. 이어 “단적으로 말해 축구장의 쓰레기를 주운 것으로 칭찬받고 기뻐하는 정도 외에는 자존감을 채울 게 없을 만큼 일본이 자랑할 것 없고 가난한 나라가 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스조에 요이치(73) 전 도쿄도지사도 “일본 응원단이 경기장 청소를 하고 돌아간 것을 세계가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지만, 이는 한쪽 측면만 본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관객이 청소까지 하게 되면 청소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는다”며 “문화나 사회 구성의 차이에서 오는 가치관의 다름에 주의해야 한다. 일본의 문명만이 세계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본 네티즌 사이에는 논쟁이 벌어졌다. 대부분 네티즌은 “칭찬해야 할 일을 왜 굳이 걸고넘어지냐” “배려를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매도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모토타카 전 회장과 요이치 전 도지사의 의견을 반박했다. 반면 “외부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국민성이 드러난 것” “일본인은 칭찬만 들을 수 있다면 깊이 생각도 안 하고 무엇이든지 한다” 등의 비판도 나왔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일본 응원단은 (경기장 청소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당혹감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7일 일본축구협회는 경기 전 영어·일본어·아랍어로 ‘고맙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푸른 비닐봉지를 나눠줬지만, 수천명의 관중 중 수십명만이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