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불황에 빠진 세계 경제, 출구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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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팬데믹 충격에 직면한 미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웃도는 막대한 수준의 현금성 긴급지원금을 살포하는 적극적인 확장적 정책으로 대응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소비 급증과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붕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와 식량 공급망 붕괴가 겹치면서 미국 인플레이션은 지난 4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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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정책보다 구조개선 필요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2020년부터 팬데믹 충격에 직면한 미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웃도는 막대한 수준의 현금성 긴급지원금을 살포하는 적극적인 확장적 정책으로 대응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소비 급증과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붕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와 식량 공급망 붕괴가 겹치면서 미국 인플레이션은 지난 4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 결과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40년 새 가장 가파른 수준의 금리 인상 조치를 단행해 단 5개월 만에 연 1.75%이던 금리를 연 4.0%로 올렸다.
미국발(發) 고물가 고금리 충격은 결국 전 세계로 확산해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위기에 처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 미국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은 7%대를 보이며 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드디어 세계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에 의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설익은 기대와 과장된 희망의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인플레의 주요인이던 에너지 및 식량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단기에 해소될 가능성은 희망에 불과하다. 이에 더해서 물가 상승의 최대 관건인 인플레 기대심리와 그에 따른 임금 상승 압박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말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은 인플레율에 기계적으로 연동해 금리를 인상하는 주요국의 정책이 계속될 경우 가계부채와 민간부문 부채 규모가 비교적 큰 국가들의 부실채권 급증에 따른 금융 부실화가 확산하고, 이는 결국 미국을 포함한 세계적인 금융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 이후의 고물가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고금리 정책에만 의존하는 미국 및 서방 정부의 정책 진정성이 심각하게 의심된다는 우려다. 즉 팬데믹 이후 고물가 현상의 일차적 원인은 팬데믹에 따른 물리적 공급망 붕괴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및 식량의 물리적 공급 위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및 서방 정책당국은 이런 공급 위축 구조를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수요만 위축시키는 고금리 정책에만 집착해 스태그플레이션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는 최대 요인은 현재진행형인 팬데믹 및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며,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들은 아닌 듯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것이 분명히 현재까지의 세계적 인플레 압력의 최대 요인인 만큼 근본 원인 해소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이 수요만 위축시키는 고금리 정책은 ‘묻지 마 스태그플레이션 정책’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를 포함한 주요 경제학자들의 중론이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정공법이다. 정치적 비용이 가장 싼 고금리 정책에만 매달리는 게으른 정책이 아니라,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를 포함해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체제와 지정학적 갈등 구조에 의해 심화한 공급망 붕괴를 복원하려는 갈등 당사국들의 직접적인 공급망 복원 노력이 절실하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원활한 소통 능력과 소통 채널을 갖게 된 한국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역할이자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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