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빈민가 출신 사비리, 조국 모로코 유니폼 입고 벨기에 격침

김승재 기자 2022. 11. 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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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리 결승골 힘입어… 모로코, 24년만에 월드컵 1승
모로코의 압둘하미드 사비리가 27일(현지 시각)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벨기에를 상대로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세 살 때 부모를 따라 독일에 이민 간 모로코의 압둘하미드 사비리(26·삼프도리아)는 프랑크푸르트의 한 빈민가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에 재능이 있었지만,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줄 사람이 없었다. 그는 골목길에서 또래아이들과 축구를 하며 자기만의 꿈을 키웠다.

27일(현지 시각) 카타르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2위 모로코와 2위 벨기에의 2022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은 사비리가 꿈을 이룬 순간이었다. 사비리는 0-0 접전 속 후반 23분 교체 투입되며 생애 첫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그가 그라운드를 누빈 지 5분 만인 후반 28분에 기회가 왔다. 벨기에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사비리가 오른발로 감아 찼고, 공은 그대로 골라인을 통과했다. 모로코는 기세를 이어 후반 47분 자카리야 아부할랄(22·툴루즈)의 쐐기골로 벨기에를 2대0으로 제압했다.

사비리의 한 방에 힘입어 승리를 거둔 모로코는 2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1승을 추가했다. 모로코는 1998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스코틀랜드를 3대0으로 이긴 뒤로 이날 경기 전까지 월드컵 본선에서는 2무 2패만을 기록했었다. 이날 승리로 조별리그 1승 1무가 된 모로코는 크로아티아(1승 1무)와 나란히 승점 4로 동률을 이뤘다. 골 득실 차에 따라 크로아티아(+3)가 조 1위, 모로코(+2)가 조 2위에 자리했다.

/AFP 연합뉴스

이민자 출신으로, 독일 빈민가에서 자란 사비리의 인생 역전극은 5년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입성할 때부터 화제였다.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은 사비리가 2015년 독일 5부 리그에서 처음 성인 무대에 데뷔한 뒤 독일 2부 리그를 거쳐 2017년 EPL 허더스필드로 이적한 사연을 소개하며 그에게 ‘빈민가 소년’ ‘직관적인 선수’ ‘대기만성형’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사비리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유년기를 보낸 독일 빈민가 시절을 언급하면서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내 꿈이 실현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길거리에서 동네 친구, 형들과 함께 공을 찼다. 프로에 입성한 뒤로는 월급으로 부모의 집세를 내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사비리는 독일과 모로코 국적을 모두 갖고 있다. 그는 독일 21세 이하 대표팀에서 뛴 경력도 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조국인 모로코를 택했다. 그는 지난 10일 소셜미디어에 모로코 대표팀 발탁 소감을 밝히면서 “조국을 대표해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게 돼 영광”이라며 “아무도 믿어주지 않던 모로코의 작은 소년이 국가대표 월드컵 선수가 되는 것은 내가 꿈꿀 수 있는 전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로코를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비리는 이날 자신의 월드컵 데뷔전을 마치고 관중석에 있는 부모를 찾아가 포옹하며 꿈을 이룬 행복을 함께했다.

모로코의 압둘하미드 사비리가 27일(현지 시각)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벨기에를 2대0으로 이긴 뒤 관중석에 있는 부모를 찾아 포옹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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