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간 운전, 월 1400만원 벌지만 비용 빼면 300여만원 남아”
포항서 오전 3~4시쯤에 출발
전날 실은 철강들 타지 이송
광양 들러 귀환 700km 운전
차량 가격만 2억5000만원
기름값·통행료·할부금 등…
손에 쥐는 돈은 턱없이 줄어
정부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요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추가 적용을 요구 중인 자동차, 위험물 등 5가지 품목 중 하나인 철강화물 운송노동자는 “임금 수준이 높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동시간 등을 고려하면 ‘고임금’이란 평가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28일 경북 포항에서 생산된 철강화물을 다른 지역으로 운송하는 16년차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화물연대 포항지부 소속인 장재석씨(49)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등의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장씨는 철강 등의 업종은 운송료가 비싸 운송노동자들의 소득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고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철강 분야도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에 포함해 노동환경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씨는 오전 2시30분쯤 일어나 오전 3~4시쯤 전날 미리 실어놓은 화물이 가득한 차량을 몰고 포항에서 출발한다. 장씨는 경상권과 전라권을 오가는 소위 ‘중장거리’ 코스 철강화물 운송노동자다. 하루 이동거리만 약 700㎞에 달한다. 첫 목적지는 경남 거제나 고성이다.
장씨는 230㎞를 달려 오전 7시쯤 이 지역 제철소 인근 업체에 도착한다. 물건을 내려주면 오전 9시쯤이다. 이후 장씨는 광양제철소로 향한다. 평균 150~170㎞를 또 달려야 한다. 도착한 뒤에 그는 제철소에서 나오는 제품을 차량에 싣는다.
광양에서의 업무가 끝나면 장씨는 다시 300㎞가량을 운전해서 포항으로 돌아온다.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그는 제철소에 도착해 물건을 내려주고, 다시 새로운 철강제품을 싣는다. 다음날 운송할 화물이다. 상하차까지 마치면 오후 5시, 늦으면 오후 7시쯤 끝난다. 이날 처음 운전대를 잡은 지 16시간이 흐른 시각이다.
장씨는 한 달에 평균 14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유류비와 고속도로 통행료, 보험료 등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평일 하루 약 700㎞, 일주일 이동거리만 3500㎞에 달하다 보니 기름을 넣는 데만 매출의 50~55%가 빠져나간다. ℓ당 1900원에 육박하는 경유 가격은 화물노동자에게 큰 부담거리다.
여기에 도로 통행료와 음료값 등으로 한 달 평균 20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지입료 및 보험료도 한 달에 약 70만원을 부담한다. 경상비 등으로만 한 달에 1000만원가량이 사라진다. 결국 하루 16시간 노동의 대가로 월 300만~400만원을 손에 쥐는 것이다. 장씨는 차량 구입비용에 따른 부담이 크다고 강조한다. 장씨가 운전하는 24t 트레일러는 가격이 2억5000만원이다. 여기에 적재함 구입에 4000만~5000만원, 법인 번호판 구입에 3500만~7000만원을 부담하면 일을 하기 위한 초기 비용만 3억5000만원을 넘는다.
장씨는 “목돈이 없기 때문에 화물노동자의 60% 정도가 차량을 할부로 사고 5년 정도 할부금을 갚아 나간다”면서 “이 경우 매월 갚아야 하는 돈만 250만~300만원이기 때문에 수입은 100만~15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씨는 품목이 확대되면 운송료가 올라 한 달 평균 100만원 정도의 임금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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