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귀족노조” “배후 추적” 계속 압박…‘교섭은 요식행위’ 눈총
“사회재난 초래” 전례없이 중대본 구성…협상 의지 안 보여
정부가 28일 ‘안전운임제’ 지속·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 중인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에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경찰청까지 파업을 불법행위로 규정한 뒤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사회재난’으로 이어졌다며 전례없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까지 구성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8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극소수 강성 귀족노조 수뇌부가 주도하는 이기적인 집단행위로 국민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며 “다수의 선량한 근로자들이 피해 입는 상황이 반복되는 악습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중대본 회의 직후 오전 11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도 “경찰청은 불법행위자 현장검거를 원칙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 “극소수 강경 화물운송 종사자의 집단적인 운송거부행위”를 언급했다.
이 장관이 국가 경제손실을 언급하며 ‘다수의 선량한 근로자’와 ‘소수의 귀족 노조 수뇌부’를 나누면서 편가르기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이날 오후 2시에 화물연대와 협상이 예정돼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장관의 거친 발언은 협상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장관의 발언 수위를 놓고 행안부 내부에선 혼선이 빚어졌다. 행안부가 이날 오전 9시55분쯤 언론에 배포한 이 장관의 중대본 모두발언문에는 ‘극소수 강성 귀족노조 수뇌부가 주도하는 이기적인 집단행위’라고 쓰여 있었다. 행안부는 내부적으로 ‘일부 강성 화물운송 종사자의 이기적인 불법행위’로 표현을 수정했지만, 최종 배포된 모두발언문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강경 발언은 다른 정부부처에서도 나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화물연대가) 논의 자체를 거부하다가 지금 와서는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서 자기들 뜻대로 입법이 안 되니까 뛰쳐나간 것”이라고 했다. 원 장관은 또 “자신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하지만 사실은 기득권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고 하는 집단 힘의 일방적인 행사”라고도 말했다.
경찰은 ‘극렬행위’ ‘배후’까지 언급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핵심 (총파업) 주동자와 극렬행위자, 나아가 배후까지 끝까지 추적해 예외 없이 사법 조치할 방침”이라고 했다. 윤 청장은 또 “우리 사회에서 집단적 세력을 이용한 불법행위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원칙을 확고히 세워가겠다”고도 말했다.
화물연대를 향한 강한 압박은 대통령실에서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불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노조의 불법과 폭력은 우리 경제를 망가뜨리고 경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정부 책임자들의 강경 발언이 쏟아지면서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1차 교섭은 1시간50분 만에 성과 없이 끝났다. 노동계 등에서는 대통령실과 정부의 강경 기조 때문에 협상이 요식행위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날 중대본을 설치한 것도 화물연대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대본이 운영된 2004년 이후 노조의 파업으로 중대본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열린 중대본에서는 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청 순으로 대응책을 보고했다.
이 장관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재난안전(관리)기본법상 물류체계 마비는 사회재난”이라며 “국가핵심기반이 마비됐을 경우에는 사회 재난으로 분류를 해 ‘주의’ ‘경계’ ‘심각’ 등으로 나눈다. 심각 단계가 되면 중대본이 구성되는데, 오늘 심각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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