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WC 리뷰] 1-3 패배→ 3-3 극적 무승부, 카메룬 감독이 던진 '신의 한 수' 통했다
(베스트 일레븐)
패배 직전까지 몰렸던 카메룬이 후반 교체 카드를 통해 대반전을 이루었다. 리고베르 송 감독의 승부수, 뱅생 아부바카의 맹활약이 실로 돋보였다.
송 감독이 이끄는 카메룬이 28일 저녁 7시(한국 시각)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G조 2라운드 세르비아전에서 3-3으로 비겼다. 카메룬은 전반 29분 장 샤를 카스텔레토, 후반 18분 뱅생 아부바카, 후반 20분 우측면에서 에릭 막심 추포모팅이 골을 터뜨린 데 힘입어 전반 45+1분 스트라히냐 파블로비치, 전반 45+3분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후반 7분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가 득점을 잡아낸 세르비아와 승점 1점씩 나눠가졌다.
이 경기를 앞두고 카메룬은 주전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를 잃었다. 아약스를 발판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뒤 인터 밀란의 간판 골키퍼로 뛰고 있는 오나나는 현재 카메룬에서 가장 이름값이 드높은 선수 중 하나다. 도하의 마천루를 장식하고 있는 카메룬의 대표 선수 역시 오나나, 이 정도면 그의 대내외적인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그 오나나가 갑자기 세르비아전을 앞두고 팀을 이탈했다.
오나나가 떠났다고 해서 대회를 포기할 수 없는 카메룬 처지에서는 2번 GK였던 데비스 에파시에게 골문을 맡겼다. 에파시가 이럴 때를 대비해 데려온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너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골문을 책임졌다는 게 문제였다. A매치 출전 기록이 고작 다섯 경기, 심지어 다른 대륙 팀과 대결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다 마지막 A매치 출전은 1년이 훌쩍 넘었다. 에파시 처지에서는 졸지에 불려와서 월드컵 본선 경기를 뛰게 된 셈인데, 카메룬은 이런 상황을 만든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전반 29분 카스텔레토가 코너킥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가긴 했지만, 냉정히 전반전부터 쉴 새 없이 밀렸던 경기였다. 아마 세르비아 간판 공격수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가 좀 더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경기 초부터 쉴 새 없이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 두산 타디치의 프리킥 도움을 받은 파블로비치의 헤더 동점골이 터지자 와르르 무너졌다. 세르비아 미드필더 밀린코비치-사비치에 역전골을 내준 것도 동점골을 내준 뒤 불과 2분 후였다.
비단 골키퍼의 문제도 아니었다. 선수들은 뭔가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중원의 에이스인 안드레 프랑크 잠보 앙귀사는 세르비아에 내준 이 두 골 모두에 마크맨을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 비단 앙귀사뿐만 아니다. 후반 8분 미트로비치에게 내준 실점 장면에서는, 박스 안에 그토록 많은 수비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의 공격 전개를 전혀 막지 못했다. 애당초 이 실점 역시 어이없이 상대에게 볼을 빼앗긴 뒤 나온 역습을 통해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을 주는 경기였다. 이때 송 감독이 반전 카드를 던졌다. 후반 10분 마르탱 옹글라를 빼고 아부바카를 투입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아부바카는 후반 18분 추격을 위한 만회골을 터뜨리더니, 3분 후 추포모팅에게 결정적 도움을 하며 순식간에 점수를 원점으로 돌렸다.
더 인상적인 건 아부바카가 세르비아의 수비진을 완전히 깨뜨리는 환상적인 라인 브레이킹을 보였다는 것이다. 공격수 수를 늘리고 상대 수비 배후를 노린다는 이 노림수가 완전히 흐름을 뒤바꾼 것이다.
덕분에 심리적으로 주저앉을 뻔했던 카메룬의 다른 선수들, 특히 골키퍼인 에파시가 안정감을 찾고 승부에 임할 수 있었다. 에파시는 후반 30분 미트로비치와 맞서는 위험한 실점 위기를 무마시키며 필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에파시는 후반 추가 시간 때도 미트로비치와 맞서는 찬스를 잡았으나 경기 초반 어리숙했던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잘 막아냈다. 3-3 무승부, 카메룬은 이기지 못했으나 '불굴의 사자'라는 자신들의 별명에 부합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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