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고통의 철창 밖으로…'작은 곰숲' 반달곰의 첫발

이상엽 기자 입력 2022. 11. 28. 20:59 수정 2022. 11. 2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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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쪽 하늘에 떠 있는 큰곰자리 일곱 개 별, 그중에서도 '미자르'와 '알코르' 별은 아주 가까이에 붙어 있습니다. 오늘(28일) 밀착카메라는, 이 별들과 이름이 같은 반달가슴곰의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사람에게 쓸개를 내주기 위해 철창 안에 갇혔던 반달가슴곰들은 가까스로 구조돼서 작은 곰 숲으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사육곰 미자르가 숨을 헐떡입니다.

세계적인 보호종 반달가슴곰입니다.

태어난 지 20여년 만에 철창 밖으로 나왔지만 이미 죽은 뒤였습니다.

가로 2미터, 세로 3.5미터 크기의 좁은 철창 안입니다.

사람에게 쓸개를 내주기 위해 기르다 구조된 사육곰들이 사는 곳입니다.

동물단체는 철창 안에서 살던 반달가슴곰 15마리를 위해 작은 곰 숲을 만들었습니다.

며칠 뒤 미자르의 친구 반달가슴곰인 알코르가 곰 숲으로 향합니다.

[김민재/곰보금자리 활동가 : 방사할게요. {한 번에 나가네요?} 겁이 없는 편이에요. 살짝 머뭇거리는데…]

쉬지 않고 곧장 내달리는 듯했지만 이내 멈춰 섭니다.

흙을 밟고 냄새를 맡더니, 다시 철창 안으로 들어가 시멘트 바닥을 걷습니다.

[이순영/동물훈련사 : {나가서 놀아봐. 이쪽에 장난감 많이 준비했는데.} 복도까지는 몇 번 나와봤어요. 흙도 밟아본 적도 많이 없고. 야생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야생동물인데.]

숲이 낯선 것도 잠시, 나무에 오르고 꿀도 따먹습니다.

[도지예/곰보금자리 활동가 : 전국에 300마리 넘게 곰들이 있거든요. 나오지 못하고 계속 갇혀 있는 상황인 거고.]

정부는 1981년부터 사육곰 사업을 권장했습니다.

[1985년 9월 6일 대한뉴스 (화면출처: KTV) : 곰에서 나오는 웅담과 피, 가죽 등은 국내 수요뿐 아니라 수입 대체 효과도 얻을 수 있는…]

하지만 국내외 동물보호 여론이 커지자, 웅담 수출과 수입을 막았습니다.

이후 곰 사육 농가의 피해를 막겠단 이유로 2005년부터 살아 있는 곰에선 웅담 채취를 막되, 10살 이상 사육곰은 잡을 수 있게 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금 전국 농장에 있는 반달가슴곰은 319마리입니다.

이 중 한 농장에 찾아가 봤습니다.

[사육곰 농장주 : 한마디로 애물단지예요. 지금은 팔기도 그렇고 방사할 수도 없는 문제고. {갇힌 곰들을 보면 어떠세요?} 안 좋죠. 곰들끼리 뛰어놀 수 있는 방법이 돼야…]

정부는 곰이 현행법상 개인 소유라 강제로 풀어줄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2026년부터 개인이 곰을 키울 수 없게 하고 야생 환경과 똑같은 보호시설을 지어 곰들을 옮길 계획입니다.

[최태규/곰보금자리 대표 (수의사) : 우리 사회가 웅담을 채취하던 사회였고. 부끄러운 동물 착취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장소로 곰들을 구조하고 잘 살게 하는 모습을…]

철창문이 열리고 사육곰이 밖으로 한 걸음 내디딘 순간, 더 이상 사육곰이 아닌 반달가슴곰으로 보호받아야 할 겁니다.

예전엔 웅담이 필요해서 갇히고, 지금은 돈이 안 돼서 버려진 곰들에겐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고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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