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로만 만드는줄 알았는데...“폐플라스틱으로 철도 받침목” [인터뷰]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2. 11. 2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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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지주 대표 인터뷰
국내 첫 친환경 합성침목 개발
환경오염 탄소배출 문제 해결
“총연장 길이가 4071km에 달하는 우리나라 철도에 부설된 침목들의 내구연한이 도래함에 따라 교체해야 하는 물량만 연간 150만 개 이상입니다. 연간 10만 톤 이상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셈이죠.”

이현상 지주 대표는 국내 최초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개발한 친환경 철도 침목을 소개하며 이 같이 말했다. 1973년 설립된 지주는 플라스틱 선박 계류장 설계·생산·시공과 가두리 양식장 설치 등을 주력으로 하던 해양 산업 분야 전문기업이다. 기존 플라스틱 해양 산업 부문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한국 최초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침목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목재 침목과 콘크리트(PC) 침목에 비해 더 강하고 오래 버티면서도 친환경적인 제품이다.

침목은 철도 레일 하부에 열차의 윤하중을 분산해 주는 구조물이다. 철도 레일에서 열차의 무게 등을 견뎌 내는 ‘갈비뼈’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목재 침목과 콘크리트(PC) 침목이 일반적으로 사용돼 왔다. 문제는 약 10~2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목재 침목은 손상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목재 방주제인 크레오소트라는 유액으로 표면을 처리한다는 점이다. 이 유액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다보니 교체 후 건설폐기물로 지정되는 등 처리가 곤란해 정부가 목침목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콘크리트 침목은 내구연한이 약 30~50년이지만 잘 깨지고 사용 후 폐기물로 인한 환경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철도 분기부처럼 다양한 길이가 필요한 부분 등 콘크리트 침목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곳에는 여전히 목재 침목이 쓰이고 있다”며 “우리가 개발한 친환경 플라스틱 침목은 가공이 용이해 특수 사이즈로 제작할 수 있어 기존 목재 침목을 대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지주가 개발해 상용화한 친환경 합성침목은 폐플라스틱과 석탄회를 재활용해 제작한 게 특징이다.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50년 이상의 내구연한을 자랑한다. 수명이 다한 침목은 녹여 다시 새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시멘트 자원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폐플라스틱을 안정적이고 환경 친화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 측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 부산물과 폐플라스틱을 동시에 이용한 철도 교량용 합성침목을 개발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전무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도 이미 목침목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유럽의 경우 생활폐기물인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하거나 모래(filler)를 이용한 플라스틱 합성침목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FRP(Fiber Reinforced Plastics) 소재를 활용한 침목을 개발해 이미 상용화했다. 이 대표는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과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에서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침목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 목재 침목과 PC 침목에 비해 내구연한이 길고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미국·호주·캐나다 등 노선 연장이 긴 화물 열차 운행 구간에 이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일본과 미국·네덜란드 등에서 합성수지 침목을 수입해 일부 도시 철도 교차 지점 구간에 부설하는 등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침목 활용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주는 표석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성덕룡 대원대 철도건설과 교수 등 대학 연구기관과 함께 자체 성능 시험을 완료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도봉산역~장암역(7호선) 본선 자갈도상구간에는 지주가 개발한 ‘친환경 합성침목’이 시범 부설돼 현재 운영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자갈도상용 침목에도 이 회사의 제품이 설치됐다. 친환경 침목이 본격 적용되기 시작하면 현재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합성수지 침목의 수입대체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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