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 커피를 재현하다

입력 2022. 11. 2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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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최근 커피 열풍은 가히 폭발적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생두를 로스팅하기 전 피킹을 했다고 한다. 불량 생두를 가려내는 과정을 일컫는다. 요즘은 피킹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최고급 생두가 들어오기 때문이란다. 국제시장에서 커피 선진국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렇지만 아직 누가 최초로 커피를 마셨는지 최초를 커피를 서비스한 곳은 어딘지 등 기본적인 사실 조차도 모른다. 커피 역사 또는 커피 인문학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커피산업만 성장했다. 최초로 커피를 마신 조선 사람은 고종인가? 최초로 커피를 서비스한 매장은 정동 손탁호텔인가? 일부 책에는 그렇게 나오지만 확실치 않다.

커피하우스는 학문을 토론하고 연극을 비평하는 곳이었다. 또한 혁명의 공론장이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개화를 향한 열망이 들끓는 곳이었다.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최석호 소장은 기독교 선교사의 역할에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천주교 선교사는 최초로 커피를 들여와서 마셨다. 개신교 선교사는 최초로 커피를 서비스 한 호텔에서 마셨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커피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신서(新書)를 통해서다. 신서는 서양 과학기술 서적을 한문으로 번역한 책을 일컫는다. 영국인 머레이(Hugh Murray)가 1836년에 쓴 ‘지리학백과사전’(The Encyclopedia of Geography)을 번역한 신서 ‘사주지’(四洲志)를 바탕으로 청나라 사람 위원이 ‘해국도지’(海國圖志)를 썼다. 커피생산국으로 갈류파국, 대여송국, 백서이국 등을 언급하고 영길리국 사람들은 차나 커피를 마신다고 기록했다.

1850년 청나라 사람이 직접 쓰고 출간한 백과사전 ‘영환지략’(瀛環志略)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설탕이나 연유를 타서 마신다고 적고 있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사신을 통해서다. 우리나라 사람이 직접 쓴 책에서 커피를 다룬 것은 최한기가 1857년 처음 저술한 ‘지구전요’(地球典要)다. 맛, 향, 마시는 방법 등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커피가 들어온 것은 프랑스 신부를 통해서다. 1857년 조선에 밀입국한 조선 제4대 교구장 베르뇌 신부는 1860년 3월 6일 커피 40리브르와 흑설탕 100리브르를 요청하는 편지를 파리외방선교회에 보낸다. 커피가 들어왔을 무렵 홍봉주의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조선에서 처음 커피를 마신 곳은 홍봉주의 집이다. 홍봉주의 가족 중 누군가는 처음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1882년 5월 22일 조선과 미국은 다른 나라가 경멸한다면 서로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조미수호통상조약이다. 양국은 수도에 병권대신(秉權大臣)을 서로 파견하여 주재시키고 통상 항구에 영사를 두기로 했다. 조약에 따라 조선에 파견된 푸트(Lucious Foote) 공사는 고종을 예방했다.

답방으로 보빙사를 미국으로 파견했다. 1883년 9월 2일 전권공사 민영익을 비롯한 보빙사 일행은 샌프란시스코항에 도착했다.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워싱턴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가우처여자대학 가우처(John Goucher) 총장을 만났다. 민영익으로부터 조선 선교 가능성을 타진한 가우처 총장은 일본 선교를 책임지고 있는 맥클레이(Robert Maclay) 목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맥클레이는 곧장 한양으로 가서 1884년 7월 3일 김옥균을 만나고 고종에게 서한 봉정을 부탁했다.

고종은 의료와 교육을 즉시 허용했다. 조선 선교 책임자로 선임된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는 1885년 2월 3일 아라빅호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를 떠난다. 4월 5일 제물포에 당도하여 대불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방이 넓은데도 따뜻하다.” 호리 리키타로(掘力太郎)가 동인천 제물포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이다. “잘 준비된 맛있는 서양요리가 나왔다.” 정확하게 커피라고 기록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나라 최초로 서비스 커피를 마신 기록이다. 1902년 정동에서 문을 연 손탁호텔보다 17년이나 앞섰다.

지난 11월 24일 목요일 인천중구생활사전시관 대불호텔에서 최석호 소장은 조선 최초 서비스커피를 재현했다. 개항커피 프로젝트라고 명명한 시연•시음회에는 많은 방송사와 프로젝트 팸투어 참가자로 붐볐다. 명실공히 커피선진국으로 포지셔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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