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세상에 없던 우승⑤] “오늘 이기고 생각하시죠” 예상은 항상 틀린다, 틀리고 틀려서 결국 이겼다

김태우 기자 2022. 11. 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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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 이상의 역투로 3차전 승리에 크게 공헌한 오원석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승리하고 한숨을 돌린 SSG는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원정지인 고척스카이돔에 도착했다. 하루 휴식일 동안 선수단 분위기는 괜찮았다는 게 당시를 떠올리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실제 2연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났고, 3‧4차전 전망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2차전 승리 이후 비관보다는 약간의 낙관이 더 우세하게 구단을 감싸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인 안우진이 4차전보다는 5차전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고, 그렇다면 4차전 선발은 키움이 대체 선발을 내야 했다. 4차전 선발로 키움에 강했던 숀 모리만도가 대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발 매치업은 당시 누가 봐도 우위였다.

여기에 3차전 선발인 에릭 요키시는 SSG가 시즌 중 비교적 공략을 잘했던 투수고, 1차전에 불펜으로 나와 체력적인 부담이 있을 것으로 여겼다. 내부에서는 3차전 선발로 낙점한 오원석의 구위가 좋다는 판단 또한 있었다. 타격전으로 가도 3차전 전망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은근하게 묻어 있었던 것이다.

3차전을 앞두고 구단 내부에서는 키움의 4차전 선발이 누구일지 궁금해 하는 시선이 많았다. 다만 4차전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면 일단 3차전부터 잡고 시리즈 전적을 우세하게 만들어야 했음은 분명했다. 류선규 SSG 단장은 경기 전 “예상은 예상일 뿐이다. 일단 3차전부터 이기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잔뜩 쳐놓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예상은 항상 틀린다는 말답게, 경기는 양쪽 구단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올해 키움을 상대로 굉장히 약한 모습을 보여줬던 오원석은 경기 전 다짐대로 시작부터 전력을 다해 던지고 있었다. 3이닝만 던져도 된다는 듯 구속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오원석을 상대로 자신감이 있었던 키움 타자들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SSG도 요키시를 잘 공략하지 못하고 있었다. 요키시 또한 이를 악물고 던지고 있었고, 오히려 4회 선취점을 뻇기며 SSG 벤치가 긴장 상태로 접어들었다. 6회까지 점수를 뽑지 못하고 0-1로 끌려가자 이런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야수 쪽에서 경기 구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오원석의 호투가 기분 좋게 예상을 빗나간 일이었다면, 타선의 침묵은 기분 나쁘게 예상을 빗나간 일이었다. 키움의 불펜 운영은 여전히 SSG의 예상 밖에 있는 일이 많아 팀을 괴롭혔다. SSG가 6회 기회를 잡고, 요키시에게 강한 오태곤이 등장하자 키움은 불펜을 가동해 김선기로 6회 위기를 틀어막았다. 당시를 떠올리는 한 선수는 “김선기가 등판할 줄은 솔직히 몰랐다”고 털어놨을 정도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상대 실책이 나왔고, 이는 3차전 승부의 중요한 분수령이 된다. 0-1로 뒤진 8회 1사 상황에서 최정의 유격수 땅볼 때 송구 실책이 나와 주자가 살아나간 것이다. 여기서 키움은 다시 SSG의 예상을 깨는 김동혁 카드를 꺼내들어 한유섬을 잡아내는 ‘묘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타석을 가장 벼르고 있던 한 선수가 등장했다. 후안 라가레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 결승 투런포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후안 라가레스 ⓒ곽혜미 기자

라가레스는 김원형 SSG 감독이 뽑은 한국시리즈의 키 플레이어였다. 김 감독은 라가레스를 5번에 기용하는 한편, 만약 추신수가 뛰지 못할 상황이 됐다면 리드오프로도 출전시킬 생각이었다. 다만 1‧2차전 활약상이 썩 좋지 못했고, 3차전에서도 첫 타석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라가레스를 믿었고, 주위에 따르면 “이 타석을 벼르는 것 같았던” 라가레스는 김동혁의 실투를 받아쳐 극적인 좌월 역전 투런포를 쳐 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라가레스에게 연결고리를 기대했던 벤치의 예상은 좌측 담장 너머로 날아가는 공 앞에서 또 깨졌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리드를 잡은 SSG는 8회 반격에서 고효준이 이정후에게 2루타를 맞고 다시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SSG가 선택한 카드 또한 예상을 벗어났다. 불펜 경험이 별로 없었던 박종훈에게 이 위기 탈출의 임무를 맡긴 것이다. 박종훈은 앞선 투수인 고효준과 같이 몸을 풀고 있었다. 다만 이 상황에서 자신이 나갈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여기서 박종훈이 악전고투 끝에 실점 없이 이닝을 정리하면서 SSG의 모든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다. 1사 3루에서 김민식은 자칫 실점이 될 수도 있었던 폭투성 투구를 잡아내 SSG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박종훈은 경기 후 “우리 최고의 골키퍼였다”고 농담을 했다. 하지만 가슴을 쓸어내린 기색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예상에서 벗어난 박종훈 카드도 성공했고, SSG는 9회 타격이 폭발하며 대거 6점을 뽑아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선배들은 5⅔이닝 7탈삼진 1실점 호투에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오원석에게 미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잘 던졌는데도 그만한 결과가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라가레스 쟤가 조금만 더 일찍 쳤어도”라는 농담과 함께 오원석을 위로했다. 그러나 정작 오원석은 자신의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한 것에 크게 안도하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선수들은 모두 큰 고비를 넘겼다는 듯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그러나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4차전에서도 기다리고 있을지는 당시까지만 해도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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