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심사 대립 심화…"기한내 신속 처리 vs 단독 수정안 불사"
예결위·운영위 줄줄이 '파행'…대통령실 "여야 협의 속에 통과 이뤄지길 기대"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을 나흘 앞둔 28일에도 '평행선 대치'를 이어갔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거듭되면서 다음달 2일인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지키기 어려워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을 '민생 예산'이라고 강조하며 기한 내 처리 협조를 거듭 촉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초부자감세·패륜 예산'으로 규정하면서 자체 삭감한 수정안을 단독 처리할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맞섰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새해 정부 예산안에는 복지망 확충을 위한 예산이 다수 편성돼 있다"며 "새해 예산안을 법정 기한 내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민생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서민 경제를 어루만지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새해 예산안이 신속히 본회의를 통과하고, 현장에서 조기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이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국회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주길 거듭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 "자식이 죽든 말든 재산에만 관심 있는 가짜 엄마 같다"며 "야당에게 그 노력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은) 원안을 통과시키든 아니면 부결을 해서 준예산을 만들든 모두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태도로 보인다"며 "우리가 가진 권한을 행사해서 증액을 못 할지라도 옳지 않은 예산을 삭감하는 민주당의 수정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안으로 우리는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여당과 예산안 합의가 안되면 정부 동의가 필요한 증액은 빼고서라도 '삭감 수정안'을 제출해 단독으로 본회의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된다.
예산안 심의 '본무대'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물론, 각 상임위의 예산안 심사도 파행을 거듭했다.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무위 등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핵심 사업 예산을 줄줄이 단독 삭감한 것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에서의 민주당의 단독 삭감을 '보복성'으로 규정하면서 여야 합의로 예산안 심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상임위에서의 정부안 삭감이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니라며 맞섰다.
오전부터 공전한 예산소위는 감액 심사엔 손도 대지 못한 채 오후 회의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파행했다.
국민의힘 예결위원들은 정회 후 기자회견에서 "과거 정부처럼 포퓰리즘 예산을 편성하면 막는 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겠지만, 민주당이 삭감한 예산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중산층·서민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주는 귀한 예산"이라며 "이런 예산을 발목 잡고 국민들이 용서해주시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예결위 심사를 지연시켜 국정조사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국민의힘이 계속 지연 작전을 구사한다면 민주당은 부득이하게 단독으로 예산심사에 임할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단독으로 수정안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운영위 예산소위에서는 민주당이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의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한 대통령실 예산안을 의결하려 한다며 회의에 불참했고, 정의당도 '민주당의 단독 진행은 적절하지 않다'며 회의 도중 퇴장했다.
이날 의결된 예산안은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마련해 온 조정안으로,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예산을 일부 삭감한 내용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의결된 예산안을 운영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앞으로도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여야가 충분히 심의하고, 여야 협의 속에 통과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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