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R의 공포` 현실과 공기업 부채

2022. 11. 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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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8%로 0.4%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지난 9월 2.5%에서 2.2%로 0.3%포인트 하향조정한데 이어 다시 낮춘 것이다.

이번 OECD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와 같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2%)와 한국은행(2.1%), 그리고 아시아개발은행(2.3%)보다는 낮은 것이다. OECD는 우리나라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9%, 내후년은 2.3%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결과 높은 물가로 가처분소득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향후 한국의 민간소비는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OECD는 "아시아가 2024년까지 세계경제 회복을 주도하고 유럽과 북미, 남미권의 경제회복은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물가 급등으로 실질임금과 실질구매력이 떨어지고 있어 물가상승 대응이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OECD의 미국 성장률 전망치도 2023년 0.5%로 불황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1.8%로 추계되고 있으므로 실질성장률 0.5%는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의 내년도 물가상승률도 3.5%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필자는 2.5%로 추계하고 있지만 한국은행, KDI 등의 추계치(2.0%)를 받아들이더라도 우리나라 내년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되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인플레 목표치도 2%라고 가정해보면 불황 속의 인플레 압력이 지속되는 'S(스태그플레이션)-공포'가 'R(경기침체)-공포'로 전이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도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이 1.2%까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각국의 은행과 투자사 400여개를 회원사로 보유한 민간금융기관 연합체가 이같이 'R-공포'를 예상하고 있는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간의 무역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 10년 간의 세계 국내총생산(GDP)성장률 평균치가 3.3%이었음을 감안하면 'R-공포'의 심도는 2009년 세계금융위기만큼 길어질 수 있다. 이번 국제금융협회의 세계경제전망 이전 주요 기관들의 시기별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보면 피치(9월 1.7%), IMF(10월 2.7%), OECD(11월 2.2%)로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져 왔음을 알 수 있다. 결국 'S-공포'가 본격적인 경제 불황의 심화, 즉 'R-공포'로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금융협회의 이번 보고서는 세계 GDP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에 달려있는데, 이 전쟁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체제의 존립과 관련되어 있어 2024년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하였다. 이 보고서는 세계 35개국 비금융 기업 부문의 GDP 대비 기업부채비율을 발표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홍콩은 279.8%, 싱가포르는 161.9%, 중국은 157.1%, 그리고 한국의 비율은 117.9%의 순으로 보고하고 있다.

중국은 주로 공기업 부문의 부실화가 반영된 것이고 홍콩, 싱가포르,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규모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것은 각국의 금리상승 조치와 에너지·곡물 등 원자재 물가상승이 동시에 진행되어왔기 때문이다.

국민경제가 금융위기를 맞이할 위험성은 가계부채(규모)보다는 기업부채 규모에 달려있다. 가계부채는 수백만 또는 수천만 가계에 분산되어 있는데 반해 기업부채는 소수의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기업 부채는 사실상의 정부 부채이기 때문에 금융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의 2배에서 5배까지 올려주는 내용의 한전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현재 영업적자를 겪고 있는 한전은 대규모 단기손실이 적립금에 반영되면 현행법상 회사채를 추가 발행할 수 없게 되어 부도 위기에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한전의 부도 가능성까지 거론한 상황이다. 한전채와 신용등급이 AAA인 한국가스공사 채권도 지난 24일 투자자를 찾지 못해 발행이 취소되면서 공기업들의 부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이 공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금리가 6%를 넘어서면서 민간기업들은 소위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를 통해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도 공기업들의 돌려막기식 회사채 발행이 단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동안 방치되어온 공기업들의 부채가 잠재적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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