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시위에 피해는 시민·기업 몫…"집시법 개정 서둘러야"

신건웅 기자 2022. 11. 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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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시위 관한 법률 위반 '불법 시위' 급증…올해 5년내 최다
일방적 주장 관철 위해 시민 불편 야기하는 이기적 시위 지속
은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나온 입주민들이 한국교통연구원이 있는 세종국책연구단지 앞에서 GTX-C 노선의 단지 관통을 반대한다며 시위하고 있다. 2021.6.11/뉴스1 ⓒ News1 김희준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불법 시위에 시민들과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이후 불법적인 시위가 급증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한 불법 폭력 시위 적발 건수는 25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4년 평균치인 246건을 웃도는 수치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97건의 집시법 위반 사건으로 549명이 검거됐던 지난해를 넘어 최근 5년내 최다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특히 법 테두리 내에서 특정 사안의 협상 당사자가 아닌, 제 3자나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고의로 야기하는 이기적 시위도 적지 않다.

장애인의 권리 예산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로 출근길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다수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의 일부 주민들도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GTX-C 노선의 수정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2주 넘게 막무가내식 민원성 시위를 진행 중이다.

삼성 서초사옥 앞 시위대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내뱉는 욕설과 장송곡이 사옥 1층에 위치한 어린이집까지 울려 퍼지는가 하면, 2년 전에는 한 시민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폭식 투쟁'이라며 삼겹살을 굽고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강남역사거리에 위치한 50m 높이의 교통관제탑 위에서 김모씨가 삼성을 규탄하며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7.3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일부 집회의 경우, 북과 꽹과리 등 시끄러운 악기를 동원하거나 대형 확성기를 통해 고성을 지르고 장송곡을 재생하는 등 악의적 소음을 동원해 불편을 끼치기도 했다. 집시법 시행령은 집회 및 시위로 인한 소음이 주거지역 등의 경우 주간 65데시벨(dB), 야간 60데시벨, 기타지역은 주간 75데시벨, 야간에는 65데시벨을 넘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집회 소음 관련 112 민원건수는 2만2854건으로 일평균 62건을 넘어섰다. 피해 지역도 도심과 주거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지난 6월에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입점한 식당과 병원, 약국 등의 업주들이 로비를 점거한 노조로 인해 매출 감소, 소음, 흡연 피해 등 3중고를 겪고 있다며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천 영종 하늘도시 내 한 아파트 신축 건설현장에서 건설노조 측이 새벽 6시부터 확성기와 음향기기를 동원한 집회를 벌이자, 인근 시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녀 육아 및 교육에 대한 악영향을 호소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1시간에 세 번 이상 소음 기준을 초과해야 경찰 개입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악용해 1시간에 두 번만 기준을 초과하는 큰 소리를 내거나, 5분간 강한 소음을 낸 뒤 나머지 5분간 방송을 꺼버리는 식으로 단속을 회피하는 편법도 동원하고 있다.

욕설이나 입에 담기 어려운 모욕성 발언을 반복해 사생활을 해치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시법에 따르면 '사람에 모욕을 줄 수 있는 구호나 낙서 등으로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규제가 가능하지만 기준이 애매해 실제로는 거의 적용되고 있지 않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과 이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2022.11.1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전문가들은 집회와 시위가 타인의 기본권이나 중대한 공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공권력이 미치는 범위를 확장하는 등 집시법 개정 등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소음 기준 유지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 최근 6년 동안 형이 확정된 건 19건에 불과하고, 이중 대부분은 벌금 20만~50만원에 그쳤다.

또 시위가 예정된 종료 시각을 넘기거나 신고 장소를 벗어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아예 없어 경찰의 현장 통제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집시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한다. 집회의 자유와 다른 기본권 간 균형점을 찾기 위한 20여 건의 집시법 개정안은 여야 정쟁 속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외에선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집회에 대해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집회 소음이 주변 배경소음보다 주간 5데시벨, 야간 3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으며 미국은 소음 유발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소음을 발생시킬 경우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집회 및 시위를 위해 공공전기를 사용하려 할 때 관할 지자체와 사전 협의토록 하는 등 집회·시위 자유와 시민의 생활권을 함께 보장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기본권을 침해 받지 않도록 균형을 찾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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