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된 11월 IPO 시장...대어들 상장 철회·연기 잇따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올해 11월 기업공개(IPO) 시장에 적당한 속담이다. 10개 이상의 기업이 IPO 일정을 본격화하며 업계의 큰 기대감을 받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면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모두가 실패하는 시장은 없다"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에 상장(스팩·이전상장 제외)을 하려다가 철회하거나 연기한 기업은 4곳이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바이오인프라는 지난 21일 금융감독원에 공모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이후 경쟁률과 공모가 확정 이전에 상장을 철회했다. 수요예측에서 예상보다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바이오인프라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 침체로 기업공개 시장 여건이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부 경영진 판단과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공모를 철회한다"고 설명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큰 기업들도 상장 철회를 피하지 못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와 탄소나뉴튜브 제조업체 제이오는 지난 4일, 7일 각각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이고 8일 공모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밀리의서재는 독서 플랫폼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상장에 나섰다는 점에서, 제이오는 몸값이 5000억~6000억원에 2차전지 관련주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밀리의서재는 공시에서 "기업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 대표 주관사의 동의로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공모 계획을 철회한 곳은 모두 12곳에 달한다. 상반기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을 필두로 SK스퀘어의 자회사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등이 상장을 포기했다.
바이오기업 바이오노트는 이달 초에서 다음 달 초로 상장 일정은 연기했다. 예상 시가총액이 2조원에 육박하는 IPO '대어(大漁)'다. 3·4분기 실적을 반영한 정정신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으나 정작 3·4분기 실적은 좋지 않다. 바이오노트의 3·4분기 매출액은 629억원, 영업이익은 30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 39% 줄었다.
올해 첫 스팩(SPAC) 기업의 상장 철회도 이달에 벌어졌다. 벤처캐피털 에이티넘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인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는 지난 10일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비상장기업을 인수해 우회 상장하고자 만들어진 스팩은 IPO시장이 급랭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은 투자처였다. 그러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스팩 상장도 철회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상장에 성공했다고 해서 모두 흥행한 것도 아니다. 일부 공모주들은 흥행에 실패하며 공모가를 낮췄다. 프린팅 전문기업 엔젯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42.14대 1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고,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2000원~1만5200원) 하단보다 16.7% 낮은 1만원에 확정했다.
약물전기술 플랫폼 기업 인벤티지랩도 수요 예측에 실패하며 최종 공모가를 예상밴드(1만9000~2만6000원)보다 낮은 1만2000원으로 정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해가 워낙 저점이었기 때문에 올해 IPO시장이 줄어든 것이 더 부각이 된다"며 "내년에는 반등하겠지만 변수가 많아 언제 반등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IPO 혹한기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저평가 우량 공모주에 투자하면 더 큰 수익률을 볼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기업이 샤페론이다. 지난달 상장한 샤페론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 예상밴드 최하단보다 39% 낮은 5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지만 시초가가 9000원에 형성됐다. 이틀 후에는 929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종경 연구원은 "공모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웃는 사례도 드물지만 모두가 실패하는 사례도 드물다. 그만큼 시장을 단편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생각하는 기업가치보다 낮게 상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또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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