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 월드컵 꿈 이룬 K리그 출신 크로아티아 오르시치
크로아티아와 캐나다의 카타르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에 K리그 팬들에게 친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과거 K리그에서 등록명 ‘오르샤’로 활약했던 크로아티아의 미슬라브 오르시치(30·디나모 자그레브)가 팀이 3-1로 앞서던 후반 41분 이반 페리시치(33·토트넘)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8분 뒤 오르시치는 상대 수비수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뒤로 흘린 틈을 놓치지 않고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만들어냈다. 충분히 직접 골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더 좋은 위치에 있었던 동료 로브로 마예르(24·스타드 렌)에게 공을 내줬고 이는 팀의 쐐기골로 연결됐다. 크로아티아(1승1무)는 캐나다(2패)를 4대1로 완파했다.
오르시치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K리그 전남 드래곤즈와 울산 현대에서 활약했다. 2009년 크로아티아 리그에서 데뷔한 그는 4년 동안 90경기 22골을 넣고 이탈리아 세리에B(2부 리그)로 옮겼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크로아티아로 돌아와 슬로베니아 리그 등으로 임대를 전전하던 그가 재기의 무대로 삼은 곳이 한국이었다. 그는 동료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 어려워하자 등록명을 ‘오르샤’로 바꾸는 등 K리그에 빠르게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전남 소속으로 K리그 첫 시즌에 10골을 넣은 오르시치는 2016년 후반기에 잠시 중국에서 뛰었으나 2017년 K리그 울산으로 돌아왔다. K리그 통산 101경기 28골 15도움을 기록했다. 이런 활약을 크로아티아의 명문팀 디나모 자그레브가 주목해 오르시치는 고국으로 금의환향했다. 이후 자그레브에서 214경기 91골을 몰아치며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 마테오 코바치치(28·첼시) 등 세계적 스타들이 즐비한 크로아티아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꿈의 무대’ 월드컵에 출전해 공격 포인트까지 올렸다.
오르시치는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며 “축구를 떠나 한국 생활은 나에게 대성공이었다”고 말한다. K리그에서 활약을 펼친 덕분에 유럽 무대에 진출했을 뿐 아니라, 그가 지금의 아내에게 청혼을 한 곳도, 아내가 첫아들을 임신한 곳도 한국이었다. 오르시치는 지난 24일엔 TV로 한국-우루과이전을 시청하는 두 아들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첫째 아들 옆에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는 문구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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