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발목잡힌 망사용료 법안

김나인 2022. 11. 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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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B-넷플릭스 법적공방속
7개 법안 이슈에 묻혀 표류
망사용료 분쟁 장기화 예고
넷플릭스 제공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망사용료' 관련 법안이 국회 정쟁에 발목이 잡혀 표류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7개 발의돼 있지만 여야가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갈등을 벌이면서 논의 선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ISP(인터넷제공사업자)와 CP(콘텐츠제공사업자)간 망 사용료 분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과방위, '방송법' 정쟁에 망 사용료는 '뒷전' = 28일 IT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29일 오후 제3차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를 열고 22건의 법안을 심사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열린 법안2소위와 마찬가지로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망사용료 법안을 포함한 주요ICT 현안이 뒤로 밀리고 있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방송법 개정안 논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방송법 갈등 정도에 따라 논의가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글로벌 CP와 ISP 간의 망 이용대가 분쟁의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지난 2020년부터 2년여 간 발의된 이들 법안은 글로벌 빅테크를 망 사용료 협상의 테이블에 앉히는 게 골자다. 지금까지 구글, 넷플릭스 같은 빅테크는 ISP와의 협상을 아예 거부해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데이터 트래픽 중 구글이 27.1%를 차지했다. 이어 넷플릭스 7.2%, 메타 3.5%, 네이버 2.1%, 카카오 1.2% 순이었다. 이 중 메타, 네이버, 카카오는 직·간접적으로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지만, 구글과 넷플릭스는 자체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해 데이터 트래픽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과방위 여야는 지난 9월 망 사용료 공청회를 연 데 이어 의견수렴 자리를 가질 계획이었지만, 글로벌 빅테크의 여론전에 이어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에 방송법 개정안 이슈까지 이어지면서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SKB-넷플릭스 소송 7차 변론기일 공방= 이 가운데 망 사용료 분쟁은 현재 사업자간 소송전으로 번지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20년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 달라며 재정 신청을 내자 이를 거부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패소했으나 불복해 항소하고, SK브로드밴드가 반소로 맞서며 현재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오후 열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망 이용대가 소송 7차 변론에서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과 연결할 당시 무정산 합의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반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측은 'SFI(무상상호접속약정)' 계약서를 통해 양자간 연결에 합의해 무상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일관되게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SFI 약식에 서명한 바 없어 합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합의가 없었다면 무상합의 역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양사 계약 담당 임원들이 출석해 무정산 합의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임원진이 지난주 방한해 국내 통신사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한 현황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KT 측은 "GSMA 관계자와 미팅을 가졌으며 망 이용대가 관련 논의가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SMA는 지난 7월 빅테크의 망 투자 기여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상의 경쟁법, 부가통신 사업자의 서비스 안정화법 등 기존 법안으로도 글로벌 빅테크들이 망 사용료 협상 테이블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망 사용료 법안을 통해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글로벌에서도 CP의 망 투자 분담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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