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대 성장률에 3%대 물가…'스태그플레이션' 본격화 전망

이윤화 2022. 11. 28. 1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요 기관 11곳 내년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 1.9%
수출 부진, 고금리·고물가에 민간소비 둔화 예상
물가는 3%대로 한은 목표치 2년 연속 상회 전망
"분명한 스태그…순수출 늘리기 위해 노력 해야"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연간 전망치를 1%대 후반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잠재성장률(2%) 이하로 내려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3%대 중반으로 예상돼 지난해(2.5%)에 이어 3년 연속 한은의 물가목표치인 2%를 웃돌 전망이다. 올해 연간 전망치인 5%대 보다는 낮아지겠으나 하락 속도가 늦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진단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미 올해부터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초읽기에 들어간 우리 경제가 내년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 11곳이 예상한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중간값 기준)는 1.9%로 집계됐다. 연간 성장률이 잠재성장을 하회한 것은 코로나19 발생 당시인 2020년(-0.7%)를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이후 14년만에 처음이 된다.

한은은 지난 24일 11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은 2.6%로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은 2.1%에서 1.7%로 0.4%포인트나 하향했다. 한은 보다 이전에 내년 전망치를 수정한 국내외 주요 기관은 이미 1%대 성장률을 예견한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존 2.2% 전망치를 1.8%로 하향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2.3% 전망치를 1.8%로 내렸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 한국경제연구원은 각각 1.9%를 내다봤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8% 전망치를 보고 있다. 극단적 전망이긴 하지만 ING은행(0.6%)과 같은 일부 투자은행(IB)은 0%대 혹은 역(逆)성장을 예상하기도 했다. 일본계 IB 노무라증권은 내년 우리나라가 -0.7% 성장률을 보이며 역성장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교적 전망 시기가 9~10월로 앞섰던 국제통화기금(IMF), 국회예산정책처, 아시아개발은행(ADB)는 2%대를 예상했지만 해당 기관들의 성장률 조정 이후 수출 둔화 흐름이 가속화 하고 있고, 내년까지 점차 수출 기여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여 1%대 성장 전망치가 더 우세한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 0.8%포인트였던 수출의 순성장 기여도가 내년 0.3%포인트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기 둔화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란 예상에 점점 힘이 실리면서 정부 역시 내년 성장률 예상치를 1%대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중순 ‘2023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는데 지난 6월 예상치인 2.5%에서 대폭 하향한 1%대 전망치 발표를 검토 중이다.

문제는 성장률이 1%대로 떨어져도 물가는 여전히 3%대 중반께로 고물가 상황이 이어진단 점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내년 연간 물가성장률 예상치는 3.5%로 전망됐다. 한은의 올해 물가 전망치(5.1%)에 이어 2년 연속 물가목표치(2.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은은 2024년 연간 물가 수준을 2.5% 정도로 내다보면서 내후년이 되어야 2%대 연간 물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주요 기관들 중 내년 물가를 3%대 후반으로 한은보다 높게 보는 곳도 있다. OECD는 내년 우리나라 물가를 3.9%로 거의 4%에 가깝게 전망해 기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내다봤고, IMF 역시 3.8%로 3%대 후반의 물가를 예상했다. 피치의 경우 원자재 가격 둔화, 한은의 통화긴축 지속 등을 이유로 내년 1.5%의 낮은 물가를 예상하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다른 기관들은 3%대를 찍어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 봤다.

정부와 한은은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기 이르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가지 않아도 경기둔화가 가속화하고 있단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스태그플레이션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성장률이 1%대로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이라 예상되고, 물가상승률은 3%대로 급격한 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침체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소비진착책은 물가를 자극 할 수 있어 곤란하고 순수출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세일즈 외교, 수출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윤화 (akfdl34@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