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린이의 랜선 스승 '너굴경제'
최근 유튜브에 '경제 문맹'들을 위한 '랜선 스승'을 자처하는 이가 나타나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짜장면 가격은 왜 오르기만 할까'와 같은 일상 속 궁금증부터 '국가 경제가 사실상 파산한 레바논은 정말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일까'와 같은 굵직한 세계 경제 이슈까지.
쉽고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그의 말에 솔깃해 영상을 클릭해본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경제가 원래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것이었냐"고.
혜성처럼 나타나 요즘 가장 '핫'한 경제 유튜버로 떠오른 이 주인공의 이름은 바로, '너굴경제'다. 너구리 캐릭터를 앞세운 웃음 코드 가득한 영상으로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각종 경제 상식 및 이슈를 알기 쉽게 설명해줘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130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국내 대표 과학 유튜버 '리뷰엉이'와 친형제 사이인 것이 뒤늦게 밝혀져 큰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K-Culture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랭킹(IM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첫 영상을 게재하며 활동을 시작한 너굴경제는 7개월여 만인 올해 1월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후에도 꾸준한 인기를 바탕으로 채널 규모를 늘려 이번 달 중순에는 20만 명의 고지마저 넘어섰다. 현재 구독자 수는 20만 2000명으로 국내 모든 분야의 유튜브 채널을 통틀어 상위 2% 안에 드는 수치다. 현재까지 선보인 90여 개 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2200만 회가 넘어 구독자 수 대비 조회 수가 높다. 채널 대표 영상('잘나가던 일본은 왜 갑자기 폭망 했을까? 일본 버블경제')은 180만 회에 가까운 높은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키워드 검색량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의 권기웅·나영균 대표는 "올해 9월부터 '너굴경제'를 키워드로 하는 PC·모바일 검색량이 기존의 2배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태"라며 "나이별 검색량을 분석해보면 2030세대가 6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10대와 40대 이상도 고루 분포하고 있어 모든 연령대의 관심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전했다.
세대 구분 없이 큰 사랑을 받는 너굴경제는 어떤 매력으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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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장 큰 인기 비결은 빠르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경제계의 이슈들을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대중의 언어'로 바꾸어 찬찬히 소개해주는 그의 능력에 있다. 그는 해박한 경제학적 지식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지닌 뛰어난 지식인임이 틀림없지만, 결코 '잘난 체'를 하지 않는다.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일상적인 언어와 비유를 사용해 각종 경제 상식과 지식을 쉽게 설명해주니 그를 찾는 '경린이'(경제+어린이·경제 초보자)들이 많다. 영상마다 "아무리 찾아보고 공부해도 잘 모르겠던 개념이 인제야 이해가 된다", "쉽게 핵심만 설명을 정말 잘한다", "이해하기 쉬운 설명에 감탄이 나온다" 등의 댓글이 남겨져 있다. 물론 경린이들만 그의 채널을 즐겨 찾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을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다"라는 소감을 남기는 '경제 고수'들도 그의 구독자다.
또 다른 인기 비결로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보이스오브유 선임연구원)는 "'병맛' 가득한 'B급 감성' 영상으로 친근하고 재미있게 전문 지식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꼽는다. 성의 없이 대충 그린 듯한 너구리 캐릭터와 큰 웃음을 자아내는 최신 유행 밈(meme)을 속도감 있게 배치하는 그의 영상은 시청자들에게 지루할 틈을 내어주지 않는다. 너구리 캐릭터가 등장해 각종 전문용어와 지식을 설명해줄 때 말끝마다 붙이는 '~구리'는 유치한 듯하지만, 정감 가고 중독적이다.
친형 '리뷰엉이'에게 영상 제작과 편집을 배웠다는 그의 영상들은 일부분 '리뷰엉이'의 것들과 닮았지만, 절대 똑같지는 않아 친근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으로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앞으로의 목표는 '리뷰엉이'를 뛰어넘는 대형 유튜버가 되는 것이라는 너굴경제. 농담과 진담이 한데 섞여 있는 듯한 그의 꿈이 꼭 이뤄지기를 바라본다. 더욱 많은 이들을 경제 문맹에서 탈출시키며 '형 만한 아우 없다'라는 속담이 틀렸음을 입증해내기를 기대해본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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