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2023년 주시해야 할 시장 시그널
2022년은 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야기된 과도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 그리고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진행된 한 해였다. 앞으로의 경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주요 기관들에서는 2023년 경제 전망을 전반적으로 어둡게 보고 있고, 다소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조차 상저하고(上低下高·한 해 경기가 상반기엔 저조하고 하반기엔 고조되는 현상)일 정도다. 전망이 밝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국이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초입 단계에 있다고도 본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역시 막대한 유동성이 풀렸던 코로나19 이전 시기로 가격이 되돌아가고 있다. 당분간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겠지만, 부동산 투자 시기에 대한 단초를 제공할 시장 시그널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Macro, Macro, Macro !!!
금번 글로벌 경제 위기는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30년간은 탈냉전, 중국 개방 등 세계화 공조 속에 중국, 러시아 등에서 값싼 원자재, 에너지, 노동력이 공급되어 경제 위기 때마다 반복되어 온 유동성 공급에도 인플레이션이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면서 세계는 탈세계화 및 패권 경쟁 시대로 전환했고, 코로나19발(發) 유동성 파티에 더해 공급망 교란 및 리쇼어링(reshoring·생산 기지 본국 회귀)에 따른 노동력 부족 등으로 40년 만에 1980년대 초를 뛰어넘는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실물 경기를 희생하는 긴축 금융정책으로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거시 경제(Macro) 변수에 해당하는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은 부동산 수요 감소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인플레이션은 실질소득 및 구매력 감소를, 금리 인상은 대체상품(예·적금 등) 대비 수익률 경쟁력 약화를 가져와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수치가 낮아지는 속도와 금리 인상 기조의 변화는 향후 가장 주시해야 할 시그널이다.
여기에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경상수지도 중요하다. 인플레이션 둔화, 금리 인하 등 금융정책의 완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수출 감소 및 실업률 증가, 기업경쟁력 약화, 새로운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인해 기업의 생산 및 투자, 가계의 소비가 증가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장기 불황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GDP 성장률의 둔화 속도 및 마이너스 성장 연속 여부, 수출입 동향 및 국민소득, 고용 증감 등을 체크해야 하며, 장기 불황 우려가 예상될 경우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접근해야 한다.
주시해야 할 부동산 시장 시그널들
시장 시그널을 볼 때 먼저 거시 경제 지표의 흐름이 파악돼야 하며, 그 틀 안에서 부동산 공간 시장의 수급 관련 지표들을 바라봐야 한다. 통상 침체를 벗어나 회복을 알리는 신호로 거래량 지표를 첫손에 꼽는다. 현재와 같은 거래 절벽 현상을 벗어나 급매를 비롯한 낮은 가격대의 매물이 소진되고 거래량이 수반되면서 바닥시세가 형성된다. 특히,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값을 파악하려면 지역별 대규모 선도(리딩) 단지의 매매 활성화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거래회전율 지표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거래량과 관련한 또 하나 중요한 지표는 미분양 물량 추이다. 수개월 내에 신규 부동산 공급 주체(시행사, 시공사 등)는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 증가, 인플레이션에 의한 공사비 증가, 분양성 악화, PF 이행 조건 등으로 수요가 더 줄기 전에 밀어내기 분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거시 경제 지표가 개선되기 어려운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분양 증가가 우려되고, 미분양이 소진되기 전까지는 가격 회복이 더딜 수 있다. 국토부에서 매월 발표하는 지역별 미분양 증감을 관찰하고, 미분양이 해소되면서 거래량이 증가하는 시점을 파악하되, 미분양 해소를 위한 양도세 감면 등 정부의 세제 혜택도 눈여겨봐야 한다.
다음으로 거래량 지표와 더불어 강력한 수요 회복 신호로 전셋값을 주시해야 한다. 부동산 수요는 크게 실수요와 투자수요로 나눌 수 있는데, 실수요로만 구성된 전세의 수요 강도를 알 수 있는 전셋값은 매우 유의미하다. 작금의 전셋값 하락 및 역전세난은 금리 인상에 따른 반전세, 월세의 대체 수요 증가와 매매 시장 거래 절벽에 따른 전세 전환 매물의 증가에 기인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주거비용 부담이 적은 전세 수요가 증가하고 전세가율이 상승하면서 매매에 대한 투자 수요도 증가하게 되므로, 매매가 회복에 앞서 전세가 회복이 선행되는 경향을 고려해야 한다.
선행지표인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지수도 참고할 만한 시장 시그널이다. 대표적으로 매주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하는 ‘매매수급지수’와 매달 국토연구원에서 발표하는 ‘부동산 시장 소비심리지수’를 들 수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높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서울 아파트 수급지수는 작년 11월 셋째 주 조사에서 99.6을 기록하며 기준선을 밑돈 뒤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70 선이 무너졌다. ‘부동산 시장 소비심리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높을수록 가격 상승 및 거래 증가 응답자가 많음을 의미하는데, 서울 지역 주택 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작년 12월 102.1을 기록하며 기준선에 가까워진 후 현재 90 선을 하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표적인 선행지표로 알려진 ‘경매 낙찰가율’도 주시할 시장 시그널이다. ‘경매 낙찰가율’이란 감정평가액 대비 실제 낙찰받은 금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통상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는 낙찰가율이 낮아지고, 상승기에는 낙찰가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경매 감정평가가 경매 입찰 기일보다 약 6개월 이상 선행되기 때문인데, 시장 회복 국면의 경우에는 6개월 전의 감정평가액보다 입찰 당시 시세가 올라가서 낙찰가율도 높게 형성된다.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작년 10월 119.9%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10월 기준 88.6%로 1년 만에 31.3%포인트 하락하였다.
내년도 초미의 관심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피벗(pivot·정책 전환)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둔화된다고 경기 진작을 위해 바로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지정학적 위기 및 국제정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인플레이션 리바운드가 우려되어 일정 금리 수준을 상당 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2023년은 인내심을 가지고 시장 시그널을 기다려야 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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