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그려진 ‘서울 부자 동네’ 지도] 단독주택, 성북·평창 지고 성수·연남은 떴다
단독주택을 상가로 용도변경하거나 낡은 주택을 허물고 상가를 짓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단독주택 시장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부촌인 성북동과 평창동 등의 단독주택 가격은 두 배도 채 오르지 않는 동안 연남동과 서교동, 성수동 등 근처 상업지가 크게 형성된 곳들의 단독주택 가격이 많게는 다섯 배 가까이 오른 여파다. 단독주택이 상업용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며 주거의 기능을 상실해 간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수동 2000만→9000만원 되는 사이 평창동은 1200만→1900만원
최근 조선비즈가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에 의뢰해 집계한 단독·다가구주택 연도별 실거래 현황에 따르면, 서울 전체 지역 토지의 3.3㎡당 평균 매매 가격은 10년 전인 2012년 1520만원 선에서 올해 3835만원 선으로 2.52배가 됐다.
상승 폭은 지역별로 크게 차이가 났다. 종로구 평창동과 성북구 성북동은 같은 기간 3.3㎡당 토지 평균 매매 가격이 각각 1.62배, 1.99배 수준이 되는 데 그쳤다. 평창동은 2012년 1193만원에서 2022년 1959만원으로, 성북동은 같은 기간 1588만원에서 3173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10년 동안 채 두 배도 오르지 않았고, 서울 평균에도 못 미친 상승률이다.
반면 평창동과 성북동처럼 단독주택이 밀집해있지만, 기능이 상업지로까지 확대된 지역의 경우는 상황이 달랐다. 합정역과 홍대입구역을 아우르는 마포구 서교동은 같은 기간 3.3㎡당 토지 평균 매매 가격이 2.43배(2806만원→6843만원)가 됐고, 마포구 연남동은 3.72배(1729만원→6421만원)가 됐다. 연희동 역시 2.23배(1185만원→2641만원)로 올랐다.
특히 상업지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은 4.76배(2017만원→9616만원)로 뛰었다. 성수동 일대의 상업 건물이나 단독·다가구 주택은 부동산 경기가 꺾였다는 올해에도 지난해만큼 거래가 이뤄졌다. 성수동의 핵심 거리로 꼽히는 성수동 2가는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올해 69건이 거래됐는데, 작년 대비 75.0%에 해당하는 양이다.
연간 총거래 금액 역시 평창동은 2012년 400억대에서 지난해 1000억원대로 느는 데 그쳤고 성북동은 600억원대에서 지난해 1181억원대로 늘었지만, 올해는 10월까지 580억원대로 부동산 경기 침체를 타고 오히려 줄었다.
그에 비해 연남동은 230억원대에서 지난해 1980억원으로 거의 2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거래됐다. 올해 10월까지 금액도 1150억원으로 꾸준히 늘어왔다. 서교동은 540억원에서 지난해 1577억원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성수동은 210억원에서 지난해 3430억원 규모로 6.3배나 늘었다. 올해도 199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거래 면적 압도적 상승률은 역시 성수동… “송정동으로 상권 확장 때문”
다만 총거래 면적은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났다. 평창동이나 성북동의 경우 넓은 단독주택이 꾸준히 거래돼 일정 수준을 유지했지만, 연남동이나 서교동의 경우는 작은 단독주택도 많아 거래 면적 자체는 작았다.
평창동은 지난해 2만㎡이 거래됐고, 성북동은 1만6640㎡가 거래됐다. 특히 부동산 시장 경기가 좋았던 2020년에는 각각 2만2000㎡와 3만2200㎡로 유독 늘었다. 연남동은 지난해 1만3500㎡가 거래됐지만, 2020년엔 5300㎡, 2019년엔 4100㎡가 거래되는 등 면적 자체는 크지 않았다. 서교동은 지난해 8100㎡, 2020년 7290㎡, 2019년 3780㎡ 등 총거래 면적은 비교 동네 중 가장 작았다.
그러나 총거래 면적에서도 성수동은 독보적이었다. 2012년엔 3610㎡ 수준밖에 거래되지 않았지만, 2015년 1만5900㎡로 늘어난 이후 2018년엔 3만1000㎡까지 거래되며 급격하게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1만4400㎡에 그쳤지만, 2020년까지는 2만㎡대 거래 면적을 유지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성수동 상권이 인근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가까운 상권 확장 지역은 성동구 송정동인데, 밸류맵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송정동 일대의 상업건물이나 단독·다가구는 올 들어 36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거래 건수인 37건에 거의 맞먹는다. 이는 강남구 일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된 서초구 반포동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반포동의 단독·다가구는 거래는 지난해 43건에서 올해 34건으로 줄었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성수동의 경우 3.3㎡당 거래 금액이 2억원을 넘어가는 곳이 늘어나면서 포화상태에 너무 금액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며 “인근 송정동의 경우 평지에 성수동에서 갈 때 교통 방해물 등도 없어서 상권이 확정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핫한 동네’는 용도변경 위한 단독주택 수요 여전
이처럼 ‘부자 동네’ 지도가 바뀐 이유로는 서교동과 연남동, 성수동 등에서 단독주택을 상업용으로 용도변경하는 수요가 많았던 것이 꼽힌다. 이 일대는 상권이 확대되고 유명세까지 타며 업무상업시설 거래량이 늘었다. 단독주택 역시 상업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거래된 경우가 많다. 단독주택은 이제 주거의 기능보다 ‘개발 가능한 대지’로 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연남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평창동이나 성북동이 예전엔 부촌이었지만, 단독주택이 관리도 어렵고 보안도 귀찮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요즘엔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면서 “같은 가격이면 나인원한남이나 마크힐스 등 고급 빌라로 옮겨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연남동처럼 주변에 상업 거리가 잘돼 있거나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의 단독주택은 용도변경을 염두에 두고 문의하는 사람이 꾸준히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거래된 금액 역시 동네별로 차이가 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성북동의 단독·다가구 연면적 446.55㎡ 대지 면적 380㎡는 매매 가격 29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성수동 2가의 연면적 377.35㎡ 대지 면적 132.9㎡는 매매 가격 4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면적은 성북동보다 작지만 가격은 20억원 가까이 높게 거래됐다.
한남동의 나인원한남의 경우 전용 248㎡가 지난 3월 85억원에 거래됐고, 청담동 마크힐스 전용 260㎡는 지난 2월 57억원에 거래됐다. 호가는 100억원을 넘는다. 성수동 트리마제도 올해 5월 전용 84㎡가 38억9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고급 주택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상업용으로 용도를 변경하기 위한 성수동의 단독주택 수요가 높다 보니 상업시설 평균 매매 가격도 강남 수준을 따라잡았다. 상업용 부동산정보기업 알스퀘어는 성동구 2가를 포함한 성동구의 업무·상업시설 3.3㎡당 평균 매매 가격은 6542만원이라고 집계했다. 강남의 3.3㎡당 평균 매매 가격인 6725만원을 바짝 뒤쫒은 셈이다.
최근엔 기획재정부가 주택을 매각하면서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 후 잔금을 치른 주택 매매의 양도일을 매매계약일이 아닌 잔금청산일로 보기로 하면서 앞으로는 매도인들이 양도세를 더 부과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용도변경을 위한 단독주택 구매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창동 팀장은 “금리 인상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변해 단독주택 거래가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업지 내에서 개발 가능한 대지로 인식돼 희소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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