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푸조 5008 가솔린 | 프랑스 대통령 의전차량…연비 좋고 넓지만 아쉬운 주행력
푸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5008’은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차량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두 달여 뒤인 2017년 7월 14일, 푸조 5008을 타고 프랑스 최대 국가기념일 ‘바스티유 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때부터 공식 행사에 푸조 5008을 자주 타고 등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해 8월 프랑스 이블린에 있는 레저센터에 방문해 한 아이에게 푸조 5008을 소개하며 의전차 뒷좌석에 탑승시켜주기도 했다. “무슨 차를 타고 왔어요? 람보르기니? 부가티? 페라리? 포르셰? 그 차는 트랜스포머인가요?”라고 묻는 아이에게 마크롱 대통령은 “트랜스포머는 아니지만, 방탄 기능을 갖춘 푸조 차”라고 답했다.
푸조 5008의 1.2 가솔린 퓨어테크 모델을 타고 서울 근교를 약 100㎞ 주행해 보니, 동급 대비 넓은 내부 공간과 수입 SUV로는 준수한 연비가 장점으로 느껴졌다. 반면 터보엔진임을 고려해도 동급 대비 배기량이 낮은 1.2 엔진은 도로에서 종종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푸조 5008 가솔린은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지난 4월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기존 푸조 5008은 디젤 모델만 있었는데, 올해 최초로 가솔린 모델을 들여왔다.
외부는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주간주행등이 가장 눈에 띈다. 그릴 한가운데 배치된 사자 모양의 엠블럼과 범퍼까지 내려오는 날카로운 헤드램프는 상당히 독특한 디자인이다. 후면 램프도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세로 3줄 모양이 꽤 특이하다. 내부도 피아노 건반 형태의 7개 토글스위치가 독창적인 느낌을 준다.
푸조 5008의 전장(차 길이)은 4650㎜, 전폭(차의 폭)은 1845㎜, 전고(차 높이)는 1650㎜다. 현대차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와 차체 크기가 비슷한데, 휠베이스(자동차의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는 투싼·스포티지(2755㎜)보다 85㎜ 긴 2840㎜다. 쏘렌토(2815㎜)와 모하비(2895㎜)의 중간쯤에 위치할 정도로 휠베이스가 길다.
푸조 5008의 측면을 보면, 이 차의 휠베이스가 상당히 길다는 점이 보인다. 앞바퀴에서 앞 범퍼까지, 뒷바퀴에서 뒤 범퍼까지의 거리가 짧다. 긴 휠베이스는 실내 공간을 더욱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게끔 하는데, 푸조 5008은 이를 통해 좌석을 3열까지 갖췄다. 스포티지와 비슷한 차체로 7인승을 구현한 것이라 내부가 좁을까 걱정했는데, 루프(지붕) 라인이 차 맨 끝에서 거의 직각으로 떨어지는 설계로 2·3열 헤드룸(머리 위 공간)이 꽤 여유 있었다. 3열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은 좁지만, 2열 레그룸은 성인 남성에게도 편안하다. 2열에는 뒷좌석 탑승객 편의를 위한 두 개의 USB 포트가 있다. 3열 시트는 탈부착이 가능하다.
푸조 5008의 트렁크 공간은 기본 237L, 3열 폴딩 시 952L, 2열까지 폴딩할 경우 2150L에 달한다. 준대형 SUV로 분류되는 쌍용차 렉스턴(1977L)보다 최대 적재 용량이 크다. 최대 3.2m 길이의 물건까지 적재할 수 있다.
실용적인 공간 활용은 장점이지만, 달리기 성능은 부족하다. 푸조 5008은 1.2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131마력, 최대 토크 23.5㎏·m의 성능을 낸다. 아반떼 1.6 가솔린(123마력)과 비슷한 출력인데, 푸조 5008의 덩치가 훨씬 크다 보니 주행 도중 힘이 달려 차가 무겁다는 느낌을 종종 준다. 시속 80㎞를 넘어가면 가속이 힘에 부치고 주행 소음도 커진다. 푸조 5008의 공차 중량은 1590㎏이다.
스텔란티스는 5008이 탑재한 3기통 1.2 퓨어테크 엔진이 2015년부터 4년 연속으로 영국 ‘엔진 테크놀로지 인터내셔널’이 주관한 올해의 엔진상(Engine of the Year)을 받는 등 유럽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한다. 배기량을 낮추는 대신 새로운 고효율 터보차저를 장착해 크기와 무게를 줄였고, 저마찰 소재와 연소의 최적화를 구현했다는 것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 관계자는 “1.2 퓨어테크 엔진은 4기통 대비 고효율과 경량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면서 “이를 통해 연료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낮췄다”고 말했다.
수입차치고 준수한 연비는 푸조 5008의 장점이다. 푸조는 높은 연비를 갖춘 차 위주로 생산하는 브랜드로 익히 알려져 있는데, 5008 역시 연비가 복합 기준 12.1㎞/L다. 투싼·스포티지(12~12.5㎞/L) 등 국산 SUV와 연비가 비슷하며, 수입 가솔린 SUV 중에선 동급 대비 최상위권이다. 폴크스바겐 7인승 가솔린 SUV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연비가 10.1㎞/L다.
푸조 5008의 GT 트림과 GT 팩 트림은 제한 속도 인식과 권장 속도 표시, 스톱앤드고(stop & go) 기능을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차선 이탈 방지 등 기능을 지원한다.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를 탐지하는 어드밴스드 비상 제동 시스템(AEBS), 주행 환경과 기상 조건에 맞게 차량을 제어하는 어드밴스드 그립 컨트롤 기능 등을 탑재했다. 가파른 경사면에선 경사로 주행 보조 기능을 활용해 차량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한다.
푸조 5008의 가격은 알뤼르 트림 5000만원, GT 트림 5300만원, GT 팩 트림 5500만원이다.
푸조 5008은 1.5 블루HDi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도 있다. 디젤 모델은 최고 출력 131마력, 최대 토크 30.6㎏·m의 성능을 낸다. 공차 중량은 1610㎏, 복합 연비는 16.1㎞/L, 가격은 트림별로 5200만~55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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