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 | “월세 시대, 짐 놓는 베란다 같은 주거 공간도 아웃소싱해야”

장우정 조선비즈 기자 2022. 11. 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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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우태 세컨시드롬 창업자 겸 대표성균관대 경영학, 전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마케터, 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전 알리안츠 글로벌인베스터스기관마케터홍우태 창업자 겸 대표가 다락 내부에 들어가는 박스를 들고 환하게웃고 있다. 사진 세컨신드롬

서울 역삼동에 있는 공유 창고 ‘미니창고 다락(이하 다락)’ 강남역점. 직원의 도움을 받아 입구 보안장치를 풀고 내부로 들어가니 가운데에는 사용자들이 여러 작업을 하거나 잠시 쉴 수 있는 라운지가, 그 주변으로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다양한 사이즈의 개인 창고(유닛)가 길에 늘어서 있었다. 각 유닛은 개별 보안장치가 있고,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불투명한 문으로 굳게 잠겨 있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홍우태 대표가 2016년에 창업한 다락은 단기 이삿짐 보관부터 계절 의류, 취미용품, 서류, 도서 등 각종 물건을 장·단기 보관할 수 있는 ‘공간 구독 서비스’다. 서울 44곳, 인천·경기 9곳, 대전∙대구 지역 각각 1곳 등 전국 55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유닛 크기에 따라 이용료는 월 7만~23만원 선이다. 현재까지 누적 계약 건수는 8만7000여 건이다. 다락을 포함한 국내 창고 서비스는 2018년 이후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셀프 스토리지(self storage) 시장 규모는 2020년 480억달러(약 64조원)에서 2026년 640억달러(약 86조원)으로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홍 대표는 애널리스트 재직 당시 소득 수준이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거시경제 지표를 보고 창고 사업을 떠올렸다. 베란다, 다용도실처럼 짐을 쌓아두는 공간을 외부로 빼는 것만으로도 작은 집을 쾌적하게 쓰고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창업 명제는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현시점에서도 유효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락 강남역점에서 만난 홍 대표는 “고금리로 월세가 늘고 있다”면서 “공간을 돈 내고 이용하는 것이라고 인식이 바뀔 수밖에 없는 만큼 공간 아웃소싱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대한 장벽이 사라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가로·세로 1m,높이 2m의 스탠더드 사이즈. 다락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유닛이다. 사진 세컨신드롬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다가 창업한 이유는.
“서른 살부터 막연히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5년 동안 어떻게 하면 회사를 잘 만들 수 있을지 연구했다. 세 가지 기준이 생겼다. 먼저 현금 창출이 잘되는 비즈니스를 해야 회사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대중화될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만들고, 세 번째는 한국에 아직 없는 산업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세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여러 거시경제 지표를 봤다. 소득 증가 속도가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람들은 삶의 질을 올리는 데 관심이 많다. 큰 집, 좋은 집에 살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주거 공간 일부를 아웃소싱해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만들 수 있다. 주방·침실을 아웃소싱할 수 없겠지만, 물건을 보관하는 베란다, 다용도실은 가능하다. 창고 사업 아이템이 잡힌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도 40조원, 일본에서도 1조원 시장이 있는 걸 확인하니 한국도 시장이 곧 커지겠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데.
“경기가 어려워지면 비즈니스는 더 좋아질 것이다. 경기와 무관하게 1인 가구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트렌드다. 또 금리가 올라가니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고 있다. 공간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돈 내고 이용하는 것이라고 인식이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예를 들어 매달 50만원의 월세를 내는 1인 가구라면, 여기에 창고 비용 월 10만원을 붙여 훨씬 더 쾌적한 주거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금리가 올라가고 경기가 어려워지면 이사하는 비율도 줄게 된다. 오히려 집을 줄이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모든 물건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공간 서비스가 필요하다. 창고는 전 세계적으로도 경기 방어적인 성격이 있는 산업이다.”

창업 이후 코로나19가 터졌다. 사업 이어 가는 데 영향은 없었나.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대면에 거부감을 갖기 시작했다. 또 집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15배 늘어나면, 집이 15배 더 좁게 느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락은 붐비지 않고 쾌적하다. 오고 싶을 때 와서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다. 2019년 8400건 수준이었던 계약 건수가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 2만 건 이상으로 늘어나서 이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유닛 중 어떤 크기가 인기가 좋나.
“가로·세로 1m에 높이가 2m 되는 스탠더드 사이즈 이용이 가장 많다. 우체국 5호 박스가 24개까지 들어가는데, 가구를 제외한 1인 가구의 웬만한 짐은 다 넣을 수 있다. 여기에는 2단 의류 행거 2개가 들어간다. 의류 100~150벌 수납이 가능하다. 의류 보관 용도로 찾는 사람이 가장 많다. 계절적으로 안 입는 옷을 가져다 놓는 식이다. 이용료는 월 10만원이다.”

재미있는 이용 사례도 있나.
“서울 서쪽에 있는 지점의 경우 고객 30~40%가 캠핑족이다. 난지캠핑장 등이 인근에 있기 때문이다. 텐트, 코펠 등 캠핑용품을 보관해두고, 캠핑 갈 때 가져갔다가 다시 보관하고 가는 식이다. 리셀(re-sell·온라인을 통해 되파는 것)족들도 창고를 많이 찾는다. 리셀족들은 포장을 안 뜯고 물건을 보관한다. 집에 이런 물건을 보관하면 반려동물이 발톱으로 긁을 수도 있고, 햇빛으로 상자가 바랠 수도 있지만 여긴 선반에 올려두기만 하면 된다.”

보안은 믿을 수 있나.
“다락의 모든 지점은 무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24시간 관제 솔루션이 있다. 새벽에 와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점에 들어올 때 액세스가 필요하고, 내부에서도 여러 대의 CCTV가 돌아간다. 개별 유닛에도 보안 장치가 있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대표 보안 3사와 모두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위기 시 긴급 출동할 수 있도록 보안 레벨을 굉장히 올려놓은 상태다.”

의류 등은 빛, 습기에 민감한데 어떻게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나.
“미리 설정해 놓은 온도·습도가 일정 범위를 넘어가면 기기들이 작동하도록 했다. 내부에 있는 냉난방 기기, 제습기가 다시 설정 범위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다. 보안과 마찬가지로 환경 관리 또한 무인으로 운영된다.”

향후 계획은.
“다락은 내년까지 지점을 150호까지 낼 계획이다. 지점 개설·운영 자금은 개인투자자가 ‘다락 크라우드’를 통해서도 상당 부분 댄다. 투자자에게는 배당 수익을 약속한다. 적게는 1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투자하는 사람도 있다. 투자에 의존해서 성장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향후 투자를 받게 된다면 무인 관제 솔루션 등 기술 개발에 돈을 쓸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아직 디지털 전환이 안 돼 있는 미국·일본 시장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셀프 스토리지 시장이 가장 크면서도 물리적 공간만 제공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고, 고객이 언제 왔다 갔는지도 알 수 없다. 유닛도 자물쇠로 잠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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