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삼성전자 주식, 내년 2분기 전에 매수…미래차·로보틱스도 유망”
삼성전자는 명실상부 한국 제일의 ‘국민주식’이다. 소액주주만 600만 명에 달하고 작년 초부터 현재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누적 순매수액이 47조원에 육박한다. 국민주식이 올해 들어 주가 부진에 시달리며 맥을 못 추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투자자가 많다. 최근 만난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힌트를 제시했다. 노 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20여 년간 다뤄온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다. 30명에 달하는 연구원을 총괄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반도체 섹터 보고서를 직접 쓴다. 많을 때는 한 달에 10개 넘는 보고서를 내기도 한다.
노 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의 저점을 5만1000원으로 봤다. 만약 그 수준까지 하락한다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것을 권했다. 아울러 내년 2분기에는 반도체 D램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전에 삼성전자 주식을 선제적으로 매수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삼성전자의 주가 전망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
“주가 5만1000원이 내년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 해당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과거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PBR 1배까지 내려가면 항상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곤 했다. PBR 1배 수준에서 오래 머무를 수 없다. 삼성전자 주가는 D램 산업의 사이클을 선반영하는데, 이 사이클 자체가 길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5만1000원 아래로 내려간다고 해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매수해도 된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유동성 위기가 오기에는 돈이 너무 많은 회사다.”
반도체 D램(DRAM) 산업 사이클과 삼성전자 주가가 어떻게 맞물려 움직이는지 궁금하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D램 가격은 지난해 4분기부터 하락해왔다. 올해 1~2분기에는 별로 안 떨어졌고, 4분기에는 급락하고 있다. 하락세는 올 4분기에 거의 마무리되고 내년 1~2분기 안에 끝날 것으로 본다. D램 가격의 반등 신호가 보이면 주가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최근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글로벌 반도체 장비 회사들의 D램 장비 매출액이 직전 분기 대비 30% 이상 감소하면, 4~5분기 지나서 D램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업황이 안 좋은 줄 알고 투자를 줄이기 때문이다. 매출액을 D램과 낸드(NAND)로 구분해서 발표하는 회사는 도쿄일렉트론과 램리서치뿐인데, 이들 기업의 D램 장비 매출액을 살펴보니 2분기 매출이 1분기보다 46% 감소했다. 즉, 4~5분기 뒤인 내년 2분기에는 D램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 11~12월, 내년 1~3월만 버티면 된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을 때 주식을 미리 사는 것이 유리할까.
“과거 2019년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좋지 않았는데 주가는 계속 올랐다. 이익이 레벨다운될 때마다 주가는 더 오른다. 투자자들은 실적이 가장 안 좋을 때 ‘여기서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으로 주식을 산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이제 좋아졌다’고 확신할 때 매도해 차익을 얻는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내년 2~3분기에는 오히려 주가가 재미없을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4분기와 내년 실적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는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9조원에서 8조5000억원으로 내렸다. 내년 1분기 영업이익은 8조3000억원 정도로 본다. 스마트폰 실적도 있는 만큼 내년 2분기까지는 8조원대 초중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영업이익을 9000억원으로 추산하는데 상황을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 내년 1분기에는 1300억원, 2분기에는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많이 하락하고 내년 1분기 출하량이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이익의 레벨다운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최근 증권 업계 일각에서 삼성전자가 감산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인위적 감산은 담합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만큼 문제의 소지가 있다. 굳이 공표할 필요 없이, 알아서 자연 감산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수율이 좋지 않은 생산 라인과 수율 좋은 공정의 웨이퍼 투입량을 다르게 조절하면, 전체 투입량은 같아도 생산되는 칩의 수는 줄어든다. 그런 식의 자연 감산은 회사 측에서 얼마든지 고려할 방안일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 삼성전자의 상대적 투자 매력은 어느 정도일까.
“지금처럼 TSMC가 3나노 반도체 시장에서 헤맨다면, 삼성전자가 3나노 2세대 양산 시기를 앞당길 것 같다. 3나노 2세대부터는 전력 소모량이 많이 줄어든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만드는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삼성전자가 실제로 3나노 2세대 반도체를 2024년 상반기에 탑재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그 조짐이 보일 것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들이 3나노 2세대를 사용한다면 삼성전자가 TSMC를 뛰어넘어 반도체의 패권을 쥐게 될 것이다. 애플도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게 될 것이다. 내년 말 그런 변화가 나타난다면, D램 업황의 개선과 맞물려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본다.”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단은 어느 정도인지.
“8만원이 바닥이라고 본다. PBR 0.8배 수준이다. PBR 0.8배는 사실 ‘망하는’ 산업에 주로 적용하는 숫자다. 그러나 반도체는 성장 산업이다. 이 정도 밸류에이션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우리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미국이 반도체 장비의 대중(對中) 수출을 금지한 만큼, 중국 반도체 굴기는 한 번 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중국 공장에 대해서는 수출 통제 조치가 1년 유예된 상황이다. 1년 후에 또다시 유예되지 않는다면 장비 도입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또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한쪽 편에 서지 않고 중립적 태도를 취하며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한국 기업들이 강점이 있는 메모리반도체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시스템반도체와 달리 범용이다. 범용 반도체에 대해서는 미국도 그렇게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진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올해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초기였던 2020년보다 안 좋다. 2020년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13억3000만 대였는데, 올해 판매량은 12억8000만 대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유럽 시장의 수요 감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매년 스마트폰 판매량이 14억 대 초중반을 기록했는데 이제 12억 대 후반까지 줄었다는 것은, 그동안 가입자는 늘어도 기기 교체 수요가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상태는 길어야 내년 2분기까지만 지속될 것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교체 수요가 생길 것이다. 월 1억 대 이상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반도체 외에 유망하게 보는 산업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미래차와 로보틱스 산업을 유망하게 본다. 자율주행차와 로보틱스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출산율 하락 흐름에 가장 걸맞은 산업이다. 사람의 생산성 저하를 보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증시에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주가지수가 언제쯤 반등할 것으로 보는지.
“지금은 모든 것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맡겨야 할 것 같다. 지금 주식시장의 80%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결정하고 있다. 12월에도 기준금리를 75bp(0.75%포인트) 올릴지 확인해야 한다. 내년 1분기가 되면 기준금리가 5%대까지 오를 것이다. 2분기부터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기준금리보다 낮아질 것이다. 즉,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값)가 플러스(+)가 된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보면 실질금리가 플러스가 될 때 주식시장은 항상 바닥을 탈출했다. 금리를 더 안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미 발 빠른 투자자들은 선제적으로 매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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