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NASA’에 과학계 우려… “’청’ 수준으론 ‘우주 경제’ 밑그림 못 그려”

이종현 기자 2022. 11. 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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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2032년 달 착륙·2045년 화성 착륙 선언
내년 말 과기정통부 산하에 우주항공청 설립
과학계 “우주 기구는 다부처 협력 필수… ‘청’으론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이 2045년 자력으로 화성에 착륙하겠다며 ‘우주경제’ 시대를 선포했다. 미래 우주 시대를 주도할 우주항공청 설립을 본격화하고, 2027년 달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독자 발사체 엔진 개발과 2032년 달 착륙 및 자원 채굴 계획도 함께 발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대한민국이 우주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2045년까지의 정책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위해 대통령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달·화성 탐사 ▲우주기술 강국 도약 ▲우주산업 육성 ▲우주인재 양성 ▲우주안보 실현 ▲국제공조의 주도 등 6대 정책 방향과 지원방안을 내놨다.

◇尹 “한미 동맹을 한미 우주동맹으로 확장”

우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를 구축해 UAM,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을 지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5년 내 우주개발 예산도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민간 투자를 포함해 2045년까지 우주개발 예산에 대한 투자액을 100조 이상으로 늘린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우주 산업 개발을 통해 획득한 기술을 민간에 활발하게 이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이 보유한 우주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민간우주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전용 펀드를 만들어서 지원하도록 하겠다”며 “위성을 활용한 우주인터넷 기술을 통해 지상 네트워크의 한계를 극복해서 글로벌 통신과 데이터 서비스 시장을 선도하고 재난 대응에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위성의 관제와 활용을 통합 운용하고, 위성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후환경변화 대응, 농작물 수급 예측, 도시계획 수립 등에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도 만든다는 방침이다.

우주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도 밝혔다. 대학에 우주기술 연구센터를 만들고, 국내외 연구기관의 공동 프로젝트를 지원해 연구 역량도 키운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우주 기술을 활용하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안보 격차는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한미 우주동맹으로 발전시키고, 국제 사회와 우주 안보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023년 말에 출범하는 우주항공청을 바탕으로 우주항공정책을 수립하고 연구개발과 기술확보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직은 로드맵 수준으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과학계 “일개 ‘청’으론 우주 경제 밑그림 못 그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발표 이후 과학계의 반응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우주 개발 사업을 총괄할 전담기구인 우주항공청이다.

우주 분야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우주 개발을 전담하기 위해서는 과기정통부 산하 조직인 아닌 별도의 독립 기구 또는 부처급 기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 우주 개발 거버넌스는 과기정통부 외에도 국방 부문을 담당하는 국방부, 위성 개발과 활용을 담당하는 국토부, 환경부, 기상청, 예산을 맡는 기재부 등 여러 부처에 쪼개져 있다. 실무를 맡는 연구원들도 항공우주연구원, 천문연구원, ADD, 인공위성연구센터 등 여러 곳에 권한과 기능이 분산돼 있는 형편이다.

현행 한국의 우주개발 추진체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제공

이렇다 보니 효율적인 우주 개발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우주강국 도약을 위한 국가우주개발체제 혁신 방안’ 보고서에서 “과기정통부 소속으로 우주청을 신설하면 독자적인 법령제정권이나 의안제출권이 없어 소속 부처에 의존적이라는 단점이 있다”며 “청 조직은 다른 행정각부와의 관계가 낮은 위상으로 인해 다부처 협력이나 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유럽이나 러시아, 인도, 일본 등 주요국 우주기관은 독립기구인 곳이 많다. 독립 기구일수록 인력과 예산도 자유로워 다 빠르고 효율적인 집행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달 열린 2022 과학기자대회에서 ‘한국형 NASA, 어떻게 가능할까’를 주제로 열린 세션에 참석한 황진영 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기정통부는 순환보직 형태로 진행돼 전문가가 사실상 없다”며 신설되는 우주 전담 기구는 전문성과 총괄조정, 대표성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의약·소재·농업·환경·주거 등 ‘미래 수요’에 대비해야 ‘우주 경제’의 개념이 완성되는데 과기정통부 산하에 우주항공청이 신설되는 모양새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문 그룹장은 “전통적인 로켓, 위성 제조업은 전체 우주 경제의 6%도 채 되지 않는다”라며 “NASA는 종합연구소다. 우주 경제를 다루는 경제학자와 우주인의 심리 상태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이 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인 우주 프로그램은 의식주를 포함해, 사회경제 활동의 모든 면을 다뤄야 한다”며 “일개 외청으로는 10개가 넘는 정부부처의 미래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 청장은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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