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글로벌 경제 리뷰] 美 중간선거 민주당 선전 관전 포인트 ‘부채한도·우크라 원조’

아이라 칼리시 입력 2022. 11. 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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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아이라 칼리시딜로이트 투쉬 토머츠리미티드 수석 글로벌이코노미스트 배서칼리지 경제학,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

지난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를 당선시킨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선거운동 문구는 그 후로도 지금까지 교지처럼 떠받들어져 오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이 경제적 안정감을 주는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로 점철된 올해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당연히 공화당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게다가 백악관의 주인은 첫 임기 중에는 중간선거에서 대패한다는 공식 아닌 공식이 예로부터 실현돼 오기도 했다. 1994년 클린턴 대통령,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중간선거에서 쓰디쓴 고배를 마셨다.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거의 유일한 예외로 꼽힌다. 2002년 당시에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태인 2001년 9·11 테러라는 국가 위기로 인해 전 국민이 똘똘 뭉쳐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90%까지 치솟았다.

이제 그 예외 사례 목록에 2022년 미국 중간선거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이변이 일어난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30세 미만 청년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여론조사기관의 예상을 대폭 웃돌았고, 관측대로 이들은 민주당에 몰표를 던졌다.

당초 기대대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차지하는 ‘붉은 물결(red wave·공화당의 압승)’은 실현되지 않았다. 

11월 20일까지 집계 결과, 상원은 민주당 50석 vs 공화당 49석으로 민주당의 다수당 유지가 확정됐다. 오는 12월 6일 조지아(Georgia)주 결선투표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더라도 양당은 각각 50석을 갖게 된 상태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 권한으로 캐스팅보트(casting vote·찬반 동률일 때 행사하는 의장의 결정투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민주당 지배 구도가 뒤집어 지지 않는다. 

한편 하원은 공화당이 과반 최소 의석인 218석을 넘어서는 219석을 이미 확보해, 아직 212석을 확보한 민주당을 제치고 4년 만에 하원 다수당을 탈환했다. 문제는 공화당이 하원을 탈환하기는 했지만, 기대만큼의 압승을 거두지는 못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약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빼앗겼다면 주요 신규 법안은 빛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의외로 선전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강화가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다음 두 가지 쟁점이 해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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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한도 상향 시급, 양당 치킨게임 양상

첫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이 시급한데, 양당은 팽팽히 대립하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연방정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주기적으로 자금을 차입하지만, 이를 위해 부채한도를 상향하거나 유예할 수 있는 권한을 의회로부터 받아야 한다. 공화당 의원들은 부채한도를 높여주는 대신 민주당 행정부가 재정지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재정정책 기조가 이미 매우 긴축적이므로, 지출 상황과 상관없이 재무증권 이자 지급을 위한 자금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당 모두 연방정부의 디폴트(지급불능 선언)로 자산시장이 아수라장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사회보장기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분노한 유권자들이 정부 실패에 누가 책임이 있느냐, 부채한도 상향 작업을 어느 정당이 방해했느냐고 따지기 시작하면 정치적으로 이득 볼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채한도 상향은 양당 모두 어쨌거나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문제는 앞으로 양당이 벌일 치킨게임의 양상이다.

우선 민주당은 아직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레임덕 기간에 재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상원 규정 때문에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지지가 필요한데,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으로부터 모종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버티기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이렇게 부채한도 상향이 지연된다면 새로 구성된 의회로 해당 사안에 대한 해결 임무가 넘어가게 된다. 공화당이 근소한 의석수 차이로 하원을 장악하게 된 만큼, 소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돼 합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민주당이 소수의 공화당 의원들만 설득하면 대전투 없이 순탄하게 부채한도를 상향할 수 있다. 결국 하원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양상은 달라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하원의장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현 의회에서 최근 통과된 정부 지출안 중 일부를 철회할 것이라는 입장을 시사했다. 다른 공화당 의원들은 사회보장제도 개혁도 논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민주당에 복수의 한 방을 먹이려는 공화당의 상징적 조치로 끝나느냐, 아니면 지난 2년간 민주당 의회가 추진해 온 입법 내용의 전면 철회로 이어지느냐는 두고 봐야 할 사안이다. 아마도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쉽게 물리칠 수 있을 정도로 약해졌다고 판단하면 강력한 펀치를 날릴 것이다. 또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부채한도를 볼모로 연방정부의 자금줄을 막는 동안 민주당 행정부의 맷집이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즉각적인 여파는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재무부가 현금이 동나는 날 이자 상환이 도래하는 특정 재무증권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재무부의 이자 상환 불능 기간이 길어질수록 미국 재무증권을 기반으로 형성된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각종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미국 재무증권만큼 위험이 낮고 대량으로 공급되는 대체 자산을 좀처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보장기금이 지불되지 않으면 초당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의회가 움직이고, 월가 또한 시장 친화적 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할 것이다. 미국은 아르헨티나나 그리스가 아니므로, 부채상환 능력을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때가 되면 연방정부 마비를 피하기 위해 결국 의회가 재무부를 자유롭게 놓아줄 수밖에 없다.

하원 우세 공화당 고립주의, 우크라이나만 고립시킬까

둘째, 매카시 원내대표를 비롯한 상당수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우크라이나 원조를 축소 또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우세해지면 전 세계의 지정학적 판도가 뒤집어질 수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발을 빼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세에서 유리해지고 미국·유럽 동맹 관계가 약화된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줄곧 강경한 국제주의 기조를 유지해 왔던 미국 공화당이 180도 입장 전환을 보이는 것이다. 공화당은 이제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유지했던 고립주의 기조로 회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초 러시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결정에 동참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린 것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원조를 줄이면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생기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대러 제재를 완화하거나 협상하고 싶어 하는 유럽 국가들이 늘어날 수 있다. 대러 제재로 뭉친 서방의 연합 전선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만 고립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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