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 | 나사 아르테미스 1호 발사] 인류 반세기 만에 다시 달 향해 날았다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2. 11. 28. 18: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1호가 11월 16일 오전 1시 47분(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우주로 향했다. 아르테미스 1호는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 발사체에 유인 우주선 오리온을 탑재했다. 사진 NASA Bill Ingalls

인류가 다시 달로 가는 여정에 돌입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11월 16일 오전 1시 47분(미 동부시각, 한국시각 오후 3시 47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달로 가는 아르테미스(Artemis) 1호를 발사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맥이 끊긴 달 유인(有人) 탐사가 반세기 만에 재개된 것이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신화에서 태양의 신 아폴론과 쌍둥이 남매인 달의 여신 이름이다. 아폴로 프로그램을 잇겠다는 뜻이다. 나사는 오는 2025년 달에 우주인 두 명을 착륙시킬 계획이다. 이번 아르테미스 1호는 발사체와 우주선 시험용으로, 실제 우주인 대신 마네킹을 실어 보냈다.

470_58_01.jpg

신형 로켓과 유인 우주선 데뷔

일정대로 진행되면 아르테미스 1호는 16일 발사 후 달 궤도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12월 11일 지구로 귀환한다. 2024년에는 실제 우주인을 태운 아르테미스 2호가 달 궤도를 다녀오고, 2025년에는 아르테미스 3호가 반세기 만에 다시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킨다.

나사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위해 우주발사체(로켓)와 유인 우주선을 새로 개발했다. 발사체인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Space Launch System)’은 높이가 98m로 자유의 여신상(93m)보다 크고, 무게는 2500t에 이른다. 로켓을 밀어 올리는 힘인 추력은 400만㎏으로 아폴로 시대의 새턴V 로켓보다 15% 세다. 나사는 2014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3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입했다.

SLS 로켓 상단에는 오리온 우주선이 실렸다. 최대 네 명이 탑승할 수 있다. 오리온은 아르테미스 1호 발사 엿새째인 21일 달 뒷면 상공 130㎞까지 근접 비행했다. 이후 과거 아폴로 11, 14, 12호가 착륙한 지점 상공을 차례대로 지나갔다.

오리온이 근접 비행하는 이유는 ‘원거리 역행 궤도(DRO)’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DRO는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방향과 반대로 비행하는 궤도로, 달과 지구 사이에 균형을 이룬 중력을 이용해 연료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박재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행성의 중력 때문에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연료가 필요하지만 DRO는 연료 소모 없이 머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점점 지구와 멀어져 11월 26일에는 40만171㎞ 떨어진 곳에 도달한다. 아폴로 13호가 1970년에 세운 최장 거리 기록 지점을 통과하는 것이다. 28일 후 오리온은 지구와 거리가 43만㎞에 도달해 역대 가장 먼 지점을 통과하는 유인 우주선이 된다.

오리온은 25일간 임무를 마치고 12월 11일 시속 4만㎞의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한다. 이때 마찰열로 우주선의 방열판이 섭씨 2800도까지 올라간다. 오리온은 마지막에 낙하산을 펼치고 샌디에이고 앞바다에 내려앉을 예정이다.

우주인들이 달 표면에서 탐사를 하는 모습의 상상도. 나사는 2030년 이전 달에 거주지를 세워 우주인을 체류시키고 탐사를 진행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진 NASA

달은 심우주 탐사 위한 전초기지

나사 존슨 우주센터의 오리온 책임자인 하워드 후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30년 이전에 달에 우주인이 상당 기간 체류할 거주시설과 탐사 차량을 확보해 과학 임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사는 달을 심우주(深宇宙) 탐사의 전초기지로 삼을 예정이다. 달 남극에는 상당량의 물이 얼음 형태로 보존돼 있다. 이를 전기분해하면 로켓 연료가 될 산소와 수소를 얻을 수 있다. 또 달은 대기가 없어 로켓 발사 시 공기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인류의 달 거주보다 화성 같은 심우주 탐사를 위한 테스트베트(testbed·시험무대)의 성격이 강하다”며 “달은 화성보다 조건이 더 안 좋아 심우주 탐사 기술을 극한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1호에는 우주인 대신 마네킹이 탑승했다. 사령관석에는 ‘무네킹 캄포스(Moonekin Campos)’라고 이름을 붙인 사람 크기의 마네킹이 앉았다. 무네킹은 달을 뜻하는 영어 문(moon)과 마네킹(manekin)의 합성어다. 캄포스는 아폴로 13호의 안전한 귀환을 도운 엔지니어 아르투로 캄포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여성의 신체를 모방한 ‘헬가’와 ‘조하르’란 이름의 마네킹도 우주선에 실었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여성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독일항공우주센터(DLR)는 여성 우주인이 달로 가는 동안 우주방사선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알아보기 위해 이 마네킹을 개발했다. 이전에도 우주정거장에서 마네킹으로 인체에 미치는 방사선을 연구했지만 모두 남성용을 썼다.

과학자들은 여성의 신체 중 유방과 난소가 특히 방사선에 취약하다고 본다. 그만큼 우주여행으로 인한 암 발병 위험도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고 추정된다. 조하르에게는 이스라엘 우주국이 개발한 방사선 방호 조끼를 입혀 헬가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본다.

11월 21일 오리온 우주선이 달에 근접 비행하면서 태양전지판 끝에 달린 카메라로 찍은 사진. 사진 NASA

꼬마 위성, 선발대로 출발

아르테미스 1호는 향후 달 탐사를 위해 정찰대 역할을 할 위성들도 데려갔다. 꼬마 위성인 큐브 위성 10기다. 큐브 위성은 구두 상자만 한 크기의 초소형 위성으로 원래 교육용으로 개발됐지만 최근 전자공학이 발달하면서 과거 대형 위성이 하던 일까지 맡고 있다. 아르테미스 1호에 실린 큐브 위성들은 무게가 11㎏ 정도다. 심우주 여행 동안 생명체에 미치는 우주방사선을 측정하고 달 남극에 물이 있는 곳도 확인할 계획이다.

나사가 아르테미스 1호에 앞서 보낸 선발대도 큐브 위성이었다. 6월 28일 뉴질랜드에서 민간 우주 업체 로켓랩은 일렉트론 로켓으로 달 탐사 위성인 캡스톤(CAPSTONE)을 발사했다. 캡스톤은 미국 우주 기업인 어드밴스 사이언스가 개발했다. 전자레인지만 한 크기에 무게는 25㎏에 불과하다.

나사는 유인 달 탐사를 위해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인 게이트웨이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곳을 정거장 삼아 유인 우주선이 달을 오가게 한다는 계획이다. 캡스톤은 게이트웨이 정거장의 예상 궤도를 미리 점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캡스톤은 자체 추진력으로 4개월 비행 후 11월 13일 달 궤도에 도착했다. 나사는 게이트웨이가 수직헤일로궤도(NRHO)라는 공전 궤도를 돌도록 했다. 달이 지구를 도는 공전 궤도와 거의 수직 방향으로 달을 도는 궤도다. 이렇게 하면 우주정거장이 달 뒤로 가서 지구와 통신이 끊어지는 일이 없다. 캡스톤은 게이트웨이 궤도를 미리 돌면서 자동 항법 장치와 통신이 제대로 가동할지 미리 점검한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