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출하 반토막·타이어 공급 셧다운···"해외거래선 끊길 수도"

서민우 기자 2022. 11. 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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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산업현장 피해 확산
항만 반출입 평소 20% 수준 급감
철강 재고 늘어 가동중단 우려도
수출 中企 "업무개시명령 내려야"
수도권 레미콘공장 생산 '올스톱'
전국서 259개 공사장 작업 멈춰
화물연대 총파업 닷새째인 28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시의 2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의왕=연합뉴스
[서울경제]

화물연대 파업이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산업 현장 곳곳에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전국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소 대비 20% 수준으로 급감한 데 이어 수도권 레미콘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전국 259개 건설 현장의 레미콘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정부는 28일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의 반출입량이 평시 대비 21% 수준으로 크게 감소하면서 수출입 및 환적 화물 처리에 차질이 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광양항, 평택·당진항, 울산항 등 일부 항만은 컨테이너 반출입이 거의 중단된 상황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수출 중소기업들의 경우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로 수출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운송 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거래선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수출 중소기업들은 매일 3~5개씩 컨테이너가 나가야 하는 곳들도 있는데 밀리고 있다고 한다”며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길어지면 국내 거래선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노하우를 가진 부품은 미국 등이 다른 곳에서 물품을 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생활필수품은 수입선 변경이 그리 어렵지 않다”며 “업무개시명령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철강 업계가 받는 타격이 크다. 국내 주요 제철소의 육로 배송이 막히면서 철도와 해상 운송을 통해 평시 대비 10% 미만의 물량만 출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육송 출하 중단은 닷새째 이어지고 있으며 동국제강도 제품 출하를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회사들은 긴급재 운송을 위해 해상·철도 출하로 대응하고 있지만 운송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육송 물량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제철은 당진·인천·포항·순천·울산공장 등 5개 사업장에서 하루 평균 5만 톤의 철강재를 출하한다. 포스코의 포항·광양제철소 일일 육송 출하량은 화물연대 파업 이후 각각 1만톤, 1만7000톤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11월 철강재 출하 계획 중 47%의 물량만 출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제철소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출되지 못한 철강재가 공장에 쌓이면 공장 내부 공간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6월 물류 파업 당시 제품 출하 차질로 도로나 공장 주변에 제품을 쌓아두다 한계에 다다르자 선재·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를 위한 설비 자재의 입출고 운송이 가능하도록 화물연대 측에 협조를 지속해서 요청 중”이라며 “현재 복구용 자재는 반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대부분의 레미콘 공장들도 가동을 중단했다. 산업 특성상 사전에 쌓아둘 수 있는 시멘트 재고가 한정적인 까닭에 길어지는 파업으로 공급이 차단된 레미콘 공장들은 생산 시설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 업체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파업 이후 시멘트 출하 작업량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정부의 협조를 받아 이날부터 시멘트 업체들이 출하를 일부 재개를 했지만 출하량은 제한적이어서 숨통이 트이는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는 평시 대비 5%, 레미콘은 30%가량만 출하되는 상황이다. 특히 레미콘 공급 차질로 공사가 중단된 건설 현장은 250개를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중단하고 다른 공정으로 전환해 작업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길어야 5~10일을 버티는 게 한계”라고 우려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기름 대란’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이날 서울 시내에서는 휘발유가 품절된 주유소가 등장했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기름을 공급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탱크로리(유조차) 기사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한 여파다.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탱크로리 기사들의 화물연대 가입률이 저조했던 반면 현재는 4대 정유사(SK·GS·S-OIL·현대오일뱅크)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에 의해 운행되고 있다. 재고가 일주일 치도 남지 않은 주유소 또한 적지 않아 영업이 중단되는 주유소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기름 부족 사태에 대비했지만 여파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이용자가 많아 회전이 빠른 주유소는 이번 주부터 재고가 여의치 않은 곳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타이어 업계는 제품을 정상적으로 출하하지 못하며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대전과 금산공장에서 하루 평균 10만 본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물류차를 구하지 못해 출하량이 기존 대비 40%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비조합원 화물차 기사들이 일부 운송에 복귀하며 출하량이 지난주 대비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정상 출하에 애를 먹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완성차 공장에 공급하는 신차용 타이어(OE) 긴급 물량을 제외하고는 제품 전량의 출하가 중단됐다.

완성차 제조사는 생산이 완료된 차를 출고센터로 옮길 카캐리어 기사 대부분이 파업에 들어가며 직원들이 직접 운전해 차를 이동하는 ‘로드 탁송’을 지속하고 있다. 공장에 차량이 계속 쌓이면 생산 작업에도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유창욱 기자 woogi@sedaily.com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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