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美 보청기 시장 위협”…삼성 버즈와 진검승부 초읽기

김명지 기자 2022. 11. 2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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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보청기 대체 가능” 논문 나와
지난해 3월 “갤럭시버즈 난청 도움”
미 FDA, 처방전 없는 보청기 항목 신설
삼성 애플 빅테크 기업 의료기기 관심
에어팟 프로(위)와 갤럭시 버즈 프로(아래) /애플, 삼성전자 제공

올해부터 미국에서 의사 진료나 처방전 없이 약국이나 온라인에서 보청기 구매가 가능해 진 가운데, 애플의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의 청각 보조 기능이 일반형 보청기만큼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게재됐다.

앞서 지난해 3월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즈 프로’가 난청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이비인후과 전문 학술지 ‘씨이오(CEO)’에 게재됐었다. 미국에서 보청기가 필요한 성인 인구가 3000만 명에 이르지만, 가격이 비싸서 20%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반형 보청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이 본격적으로 맞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아이사이언스에 따르면 대만 보훈종합병원, 국립간호보건과학대, 국립양명교통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에어팟에 있는 ‘주변 소리 증폭’ 기능에 착안해, 보청기를 사용해 본 적 없는 난청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에어팟2, 에어팟 프로, 처방전 없는 보급형 보청기, 처방전이 필요한 고급형 보청기를 사용하게 한 후 어느 제품이 소리가 얼마나 잘 들리는지 시험했다.

성능 측정은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5가지 요건, 주파수 응답 평활도, 주파수 응답 대역폭 ,전고조파 왜곡(THD), 내부 잡음(EIN)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에어팟 프로는 5개 기준 가운데 내부잡음을 제외한 4개를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잡음(EIN) 기준치는 32 데시벨인데, 에어팟 프로는 37데시벨로 약간 높았다.

에어팟 프로가 고급형 보청기와 비교했을 때 잡음 면에서는 성능이 좀 떨어지지만, 처방전 없이 쓰는 일반형 보청기와는 성능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소음이 심한 곳에서는 에어팟 프로의 성능이 고급형 보청기보다 나았다.

애플 에어팟프로의 청각 보조 성능이 고급형 보청기와 맞먹는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학술지 캡처

연구진이 이런 실험을 한 것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8월 보청기 가운데 병원 처방전 없이(OTC) 살 수 있는 제품 항목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소니, 릭시히어링 등 5개 의료기기 업체들이 보청기 시장 90%를 차지하는데, 이들 시장적 지위가 확고하다보니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미국에서 고급형 보청기 가격은 1000~ 4000달러 (135만~536만원)에 이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FDA가 일반형 보청기 항목을 신설하자 성명을 내고 “(난청 환자들이) 이번 조치로 3000달러(393만 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무선 이어폰에 ‘청력 보조 기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즈가 먼저였다. 앞서 지난해 3월 ‘갤럭시 버즈 프로’의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이 난청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제 이비인후과 전문 학술지 ‘임상 및 실험적 이비인후학(CEO)’에 게재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서울병원은 경도 및 중도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갤럭시 버즈 프로와 보청기, 개인용 소리증폭기를 비교했다. 이 연구에서는 갤럭시 버즈 프로는 출력 음압, 주파수 범위, 입력 잡음, 전체 고조파 왜곡 등 보청기 평가시 요구되는 4가지 기준을 충족했다. 삼성이 약 10여 년 전 미래 헬스케어 전략사업의 하나로 보청기를 선정, 음향 관련 연구를 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작년 CEO에 게재된 연구에서 사용된 갤럭시 버즈 프로보다 상위 버전인 버즈2프로, 버즈2까지 새로운 모델들이 올해 출시됐다”라며 “이들 신규 모델에도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이 탑재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인구의 10% 정도인 3700여만 명이 난청에 시달리고 있지만, 가격 부담 등의 이유로 20%만 장치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로 2050년 한국에서도 10명 중 1명이 난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가격 부담에 실제 보청기 사용률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NIH)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성인은 3000만 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미 FDA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미국 보청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결과를 발표한 연구진은 “청력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사회적 낙인과 비용 문제로 보청기 사용을 꺼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음향 증폭 기능이 있는 무선 이어폰이 보청기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청각 보조 장치의 역할로는 충분히 잠재력이 있다”라고 결론냈다.

미국 바이오벤처 전문지인 피어스바이오텍은 “에어팟 프로 가격은 250달러 정도이고, 연말연시 세일 기간에는 이것보다 훨씬 저렴해진다”라며 “에어팟이 일반형 보청기 시장에서 대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을 걸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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