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자 3개월새 1.9만명 늘어···저축銀·대부업 연체 8.6% 달해

유현욱 기자 2022. 11. 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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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 고리' 다중채무자, 채무 불이행 우려
인터넷銀·대출 플랫폼 돈 빌리기 쉬워져···다중채무 비율 증가
은행보다 캐피털·보험 등 비은행 다중대출자 부실 리스크 커
"금리인상기 잠재위험 대비, 대출유형·차주 특성별 맞춤 관리를"
[서울경제]

다중채무자가 가계대출의 취약 고리로 지목되는 것은 이들의 채무 불이행이 여러 금융회사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중채무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쉽지 않다. 그나마 대출 고객이 다양한 은행 등은 리스크 관리에 적극적이지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전체 대출 금액 기준 3분의 1을 넘는 다중채무자들을 떨쳐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대출 보유 금융회사 수만으로 다중채무자를 개념화할 것이 아니라 대출 유형별로 나눠 세밀한 접근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위험도를 평가해 우선은 고위험군부터 관리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28일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2019년 12월 말과 비교해 올해 9월 말 다중채무자 비중은 0.5%포인트 확대된 22.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들이 보유한 대출 금액 비중은 0.7%포인트 축소된 33.0%였다. 업권별로는 저축은행과 캐피털 업권에서 다중채무자의 비중과 대출 금액 비중이 모두 확대됐다. 나머지 업권에서는 다중채무자 비중은 늘었지만 대출 금액 비중은 줄어들었다. 다만 제2금융권 가운데 서민 대출 취급이 많은 저축은행은 차주 수 기준(64.8%→69.8%)으로나 대출 금액 기준(69.9→76.2%)으로나 전 업권을 통틀어 다중채무자 비중이 가장 높은 ‘화약고’로 분류됐다.

다중채무는 일단 금융시장의 약한 고리가 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기에는 상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상환 능력이 부족한 20대와 60대 연령층에서 다중채무자가 급증하고 있어 이들의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금융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20대 다중채무자 수는 38만 7000명으로 올해 들어 1만 8000명 늘었고 60세 이상 다중채무자는 55만 8000명으로 9000명 증가했다. 30∼50대 다중채무자가 같은 기간 1만 9000명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금융 환경이 급변하면서 다중채무자 규모만을 추산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금융정책 수립과 집행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가 고도화하고 코로나19에 따른 상환 유예 등으로 지표상으로는 잠재부실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은 2018년 12월 말 6.97%에서 올해 9월 말 4.70%로 2.28%포인트나 낮아졌다. 같은 기간 비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은 1.57%에서 1.47%로 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잠재부실률은 30일 이상 연체한 차주의 비율이다. 90일 이상 장기 연체는 채무 불이행으로 분류된다. 결국 잠재부실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채무 불이행 위험 감소로 해석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지표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중채무자 전체 규모가 커지면서 숨어 있는 고위험군이 가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령·소득·직업 등의 변수를 활용해 고위험군을 가리는 단계에서는 ‘대출 유형’도 봐야 한다는 게 나이스평가정보 리서치센터의 연구 결과다. 신승도 나이스평가정보 리서치센터 매니저는 “여러 연체 요인 중 대출 유형에 집중한 것은 고위험 다중채무자가 되는 과정을 판단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 대출만 보유한 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은 0.3%, 은행과 비은행 모두에 대출이 있는 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은 4.1%, 비은행에만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은 7.6%로 집계됐다. 비슷한 맥락에서 1개 업권에만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은 3.0%에 불과했지만 2개 업권의 경우 4.3%, 3개 업권 이상은 5.7%였다.

신용대출 비중이 전체 대출 대비 30% 이상인 다중채무자의 잠재부실률은 6.8%로 30% 미만인 다중채무자(1.6%)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변수를 종합한 결과 상대적으로 채무 불이행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 다중채무자의 특성은 ‘비은행업권 대출 보유’ ‘2개 업권 신용대출 보유’ ‘신용대출 비중 30% 이상’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고위험군은 전체 가계대출 차주의 9.2%로 이들의 잠재부실률은 8.2%에 달했다. 이 중 신용대출처가 고금리의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소비자금융(대부업) 등인 초고위험군은 8.7%로 잠재부실률은 8.6%였다.

금리 인상기에는 고위험 다중채무자에 대한 밀착 관리가 필요하다. 이들은 올해 4월 이후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의 충격을 그대로 받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신규 취급액 기준 신용대출금리는 6.62%로 9개월 만에 1.50%포인트나 뛰었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 4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한은은 9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 위험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 과다 차입자, 한계기업 등 취약 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 역시 “(잠재 부실이 현실화하기 전에) 다중채무자의 대출 유형, 차주의 특성을 감안해 맞춤형 대책을 내놓는 방식을 숙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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