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짜리도 나오나? 벌써 불붙은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
인터컨, 20만원···제작만 8시간
메리어트, 트러플 들어가 18만원
가격 올랐지만 벌써 예약 꽉 차
맛·디자인·기교 담긴 '조각 작품'
연말 시즌을 맞아 국내 특급 호텔들이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여름 ‘빙수’에 이어 겨울 ‘케이크’로 식음료(F&B) 경쟁을 펼치는 호텔들은 맛은 물론 더 섬세하고 멋진 디자인의 ‘2022년 작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최고 25만 원대의 케이크가 인기리에 판매된 가운데 올해는 원부자재 가격 및 수입 물가 상승으로 전반적인 판매 가격이 올라갔지만, 특별한 연말을 보내려는 고객들의 수요가 몰려 벌써 예약과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매년 12월 펼쳐지는 ‘호텔 케이크 계의 오트 쿠튀르’, 그 화려한 전쟁이 시작됐다.
28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2022 페스티브 케이크’ 11종을 선보였다. 4개월에 걸친 시식·품평회를 거쳐 최종 선택된 ‘작품’들이다. 이 중 동화 속 회전목마를 구현한 ‘메리고라운드’ 케이크는 판매 가격이 2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 케이크는 발로나 초콜릿 100주년 기념 제품으로 만든 사슴 장식과 레드 마카롱 등이 사용되는데, 에릭 칼라보케 베이커리 수석 셰프가 수작업으로 만들며 한 개 제작에 8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호텔 측은 올해 주요 케이크를 세로형으로 제작했는데, 소셜네트워크(SNS) 게시를 선호하는 소비자 동향을 반영한 것이다. 12월 한 달간 30개 한정으로 판매되는 이 케이크는 일주일 전 사전 예약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웨스틴 조선 서울도 위싱트리(14만 원), 해피 제이 산타(11만 5000원), 블리스풀 리스(8만 5000원) 등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웨스틴 조선 서울에는 총 세 명의 케이크 기술자가 있는데, 올 9월부터 식음팀과 크리스마스 케이크 기획에 들어가 수백 개의 케이크를 조사하고, 여러 스케치 중 상품성을 고려해 최종 디자인을 선택했다. 이 호텔은 12월 판매 기간 중 하루 평균 생산 물량을 50개가량으로 한정하고, 24일과 25일만 100개 판매로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JW메리어트 동대문이 트러플이 들어간 18만 원짜리 케이크를 200개 한정 판매하며 그랜드 하얏트가 12만 5000원 케이크를 내놓았다.
올해 주요 호텔들의 케이크 최고가는 지난해보다 1만~3만 원 가량 올랐다. 케이크 재료인 밀가루나 버터 등을 대부분 수입해서 쓰는데 원부자재가 인상에 최근 환율 상승까지 더해져 원가 자체가 올랐기 때문이다. 섬세한 수작업 때문에 고급 기술과 상대적으로 긴 제작 시간이 필요하고 소량 생산할 수밖에 없는 호텔 케이크의 특성상 비용은 더욱 비싸진다. 한 호텔의 관계자는 “맛도 중요하지만 디자인 면에서도 섬세하게 마무리해야 하다 보니 웬만한 연차의 페이스트리 셰프라도 함부로 작업할 수 없는 게 크리스마스 케이크”라며 “그만큼 손이 많이 가고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호텔 케이크 최고가(25만 원)를 찍은 조선 팰리스도 제품을 확정하고 판매 일자와 가격을 조율 중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화려한 게 무조건 통하는 것은 아니다. 호텔 델리 팀이 케이크 기획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운반 용이성이다. 디자인적으로 훌륭하더라도 매장에서 고객이 가져가는 과정에서 모양이 망가지기 쉬우면 의미가 없다. 제품 시연 과정에서 ‘지나치게 섬세한 디자인’은 배제하는 이유다.
누군가는 ‘스몰 럭셔리’라 하고, 누군가는 ‘사치’라고 할 테다. 작은 케이크에 대한 저마다의 의미 부여는 다르지만, 페이스트리 셰프에게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 론칭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우수한 맛과 상상력 가득한 디자인, 예술적 기교와 철학을 오롯이 담아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윤철호 웨스틴 조선 서울 주방장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하나를 만드는 과정은 하나의 조각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은 창작 과정을 거친다”며 “이를 위해 미술 작품,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의 레퍼런스를 보며 색감과 디자인의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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