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친환경 위장 그린워싱
알프스의 알레치 빙하와 로키산맥의 컬럼비아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파키스탄은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1만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남태평양 섬 투발루는 50년 이내에 물에 잠겨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 해안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아열대성 어종들이 살고 있다. 이 모든 재해는 환경 파괴와 온난화의 암울한 결과이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친환경 운동에 너도나도 동참하고 있다. 기업도 ESG 경영을 선언하면서 친환경 경영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과 제품 개발에 돈과 시간을 쏟고 있다. 소비자들은 돈을 더 주고서라도 친환경 제품의 소비를 늘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한 소비자의 91%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한다. 그린슈머(greensumer)가 대세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친환경 제품'을 에너지·자원 투입과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제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업은 자신들의 제품이 이 법의 정의에 맞는 경우에만 친환경이라고 홍보해야 한다. 소비자도 제품 겉면 인증서를 비롯한 표시·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진짜 친환경 제품이 맞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친환경으로 위장한 가짜 친환경 '그린워싱(green washing)'이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린워싱은 1986년 환경운동가인 제이 웨스트벨트가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제품에 대한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기 위하여 실제보다 환경보호에 좋은 것으로 의도적으로 홍보하거나 친환경 제품이 아니면서 마치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거짓으로 홍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는 자동차의 거짓 표시·광고(2017년), 환경유해물질이 없다는 침대의 거짓 표시·광고(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았다는 김치용기의 허위 표시·광고(2019년) 등이 그린워싱의 대표적 예이다.
일부 기업들의 초록색 가면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 소비자의 신뢰 상실은 친환경을 위해 애쓰는 기업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불신 초래의 우선 책임이 일부 가짜 친환경 기업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실증 증거도 없이 막연히 환경에 좋다는 식의 주장은 안 된다. 환경에 나쁜 제품을 친환경으로 둔갑시켜서도 안 된다. 공인되지 않은 친환경 인증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린워싱과 관련된 국내 규정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과 환경부의 환경성 표시·광고관리제도에 관한 고시가 있다. 진짜 친환경과 가짜 친환경을 쉽게 구분하기에는 부족하다. 환경단체가 사용하는 그린워싱 7가지 악,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의 친환경 지침 등 진일보된 규정들을 참조하고 구체적 법 집행 사례를 분석하여 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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