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신용카드 서비스 확대…실물 카드의 종말인가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한국인 중 신용카드를 지급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율은 2019년 53.8%에서 2021년 49.5%로 줄었다. 같은 기간 모바일 신용카드 이용 비율은 3.8%에서 6.6%로 뛰었다. 실물 신용카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신용카드뿐일까. 지갑에 든 카드 형태의 모든 것이 쓸모없어지는 중이다.
진위가 의심스럽지만, 애플 관련 업체들이 입을 닫으면서 오히려 신빙성을 더했다. 이달 들어서는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키오스크 사진이 유출되는 한편 한 업체가 키오스크 설명에서 ‘애플페이 사용 가능’ 문구를 넣었다 지우는 등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는 정황이 속속 나오면서 업계는 애플페이의 상륙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3분기 기준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3% 정도다. 적어도 이만큼은 모바일 신용카드를 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애플페이 한국 서비스가 시작되면 이들도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계산원에게 카드 대신 아이폰을 내밀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용카드 이용 여부가 개인의 선택이라면 신분증은 필수다. 지갑에 넣고 다니지 않아도 카드 형태의 실물이 어딘가에는 있다. 그런데 사실 이 말은 거짓 명제다. 국내 이동통신 3사와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운전면허증에 이어 주민등록증을 애플리케이션(앱)에 넣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와 행안부는 이달 9일 민간 사업자 최초의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를 PASS 앱에서 제공한다고 알렸다. 앱에서 본인 인증 후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실물 주민등록증과 같은 신분 확인 효력을 갖기 때문에 민원서류를 접수하거나 편의점·식당 등에서 성인 여부를 확인할 때 쓰일 수 있다. 마침내 이런 날이 왔다.
이에 앞서 행안부와 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국내 모든 운전면허시험장과 경찰서에서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고 있다. ‘모바일 신분증’ 앱을 설치한 후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발급한 QR코드를 촬영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 역시 실물 면허증과 같은 법적 효력을 갖는다. 편의점이나 주점에서 신분증이 없어 곤란했던 적이 있다면 모바일 신분증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지갑 안쪽에 꼭꼭 숨겨뒀던 카드형 OTP(일회용 비밀번호)는 어떨까. 금융 거래의 보안과 관련됐으니 변화에 보수적이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 이들 역시 모바일로 수렴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은행들은 스마트폰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비밀번호를 생성하는 모바일 OT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서는 디지털 OTP를 앱 형태로 제공해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호환성 때문이다. 은행·증권사만 활용해 왔는데 올해 2월 보험사에서도 쓰기 시작했다. 한편 이번 정부는 디지털 금융혁신을 이루기 위해 모바일 OTP를 도입하지 않은 은행에 이를 도입하도록 유도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미리 이별을 준비해야 할지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56호 (22.11.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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