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달탐사 주역의 체불임금 ‘617만5848원’도 해결 못하면 우주경제도 없다

송복규 기자 2022. 11. 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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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우주경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대한민국에서 우주 산업에 뛰어든 모두가 벅차할 만한 일이지만, 정작 달 탐사의 주역들은 윤 대통령의 청사진을 씁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윤 대통령이 달 착륙을 공언하던 순간 항우연의 달탐사사업단 소속 연구원들은 정부를 상대로 한 재판을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이제 우주 경제 시대가 열린다며 달 착륙을 공헌한 윤 대통령은 이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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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우주경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2032년까지 우리 힘으로 달에 착륙하고 더 나아가 2045년에는 화성 착륙까지 목표로 하겠다는 원대한 꿈이다.

대한민국에서 우주 산업에 뛰어든 모두가 벅차할 만한 일이지만, 정작 달 탐사의 주역들은 윤 대통령의 청사진을 씁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와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의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소속 연구원들의 이야기다.

윤 대통령이 달 착륙을 공언하던 순간 항우연의 달탐사사업단 소속 연구원들은 정부를 상대로 한 재판을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오는 12월 6일 이들 연구원이 항우연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리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달탐사사업단 소속 연구원들은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분 연구수당 1억300만원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억원이라니 적지 않은 돈처럼 보이지만, 16명의 연구원 한 명 한 명으로 나누면 받지 못한 수당은 217만원에서 903만원 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은 이들이 해당 기간에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당을 줄 수 없다고 한다. 당시 과기정통부 점검평가단의 외부 점검을 이유로 달 탐사 연구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 연구원은 그 기간에도 매일 같이 연구에 매달렸고, 그렇지 않았다면 올해 누리호와 다누리는 없었을 것이다.

법원도 이미 연구원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법은 지난해 4월 “원고(항우연 연구원)들은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에도 사업과 관련해 연구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피고(항우연)들은 이에 대한 연구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재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항우연은 1심에서 패소하자 대전의 지역 로펌 대신 대형 로펌인 태평양을 선임해 항소를 제기했다. 항우연이 태평양에 지급할 비용은 성공보수까지 합해 총 5500만원이다. 1심 비용과 합치면 소송비는 더 늘어나 6790만원에 달한다. 애초에 연구원들이 받지 못한 연구수당이 1억300만원인데, 이걸 주지 않겠다고 항우연이 쓴 소송 비용은 3분의 2에 달한다.

그러는 동안 소송에 참여한 16명의 달탐사 사업단 소속 연구원 중 1명은 지병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소송은 그의 유가족이 이어서 참여하고 있다. 망자가 된 이 연구원이 못 받은 수당은 617만5848원이다. 대한민국 달탐사의 역사를 쓴다는 각오로 불철주야 일하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국가로부터 617만원의 연구수당을 달라는 소송에 참여한 유족의 마음은 어떨까.

이들에게 수당을 주지 말라는 이메일을 보낸 과기정통부, 그리고 그저 자신들의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시간끌기용 소송을 진행하며 합의를 종용하고 있는 항우연의 고위직은 이 유족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재판에서 연구원들을 대표하고 있는 송재훈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조선비즈와의 전화 통화에서 “달 탐사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이 부서가 해체되고 흩어질 처지에 놓이면서, 임금은 물론 거취까지 불분명하다”며 “대기업 놔두고 연구에 뜻이 있어서 모인 사람들인데, 임금 수준이 낮은 것은 제쳐두더라도 제대로 지급조차 되지 않으니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이제 우주 경제 시대가 열린다며 달 착륙을 공헌한 윤 대통령은 이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이들의 임금 체불 항소심 첫 재판은 다음 달 6일 열린다.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고, 우주 스타트업을 아무리 지원한다 한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연구자들이 무시당해서는 미래가 없다. 달을 보기 전에 손가락부터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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