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한전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입력 2022. 11. 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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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자 유일한 해법은
전기요금 2배 인상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방안
40~50% 요금 인상과
정부 재정 지원 병행해야

올해의 한전 적자는 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매출액 60조6000억원의 66.0%, 올해 정부 예산 608조원의 6.6%에 달하는 크기다.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 연료 가격의 급상승이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발전용 석탄 및 천연가스의 가격을 재작년 대비 각각 8배 및 35배까지 올렸다.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가격은 11월 24일 기준 kwh당 253.2원이고, 송전·배전·판매망 등을 깔고 운영하는 자체 비용이 kwh당 19.4원이다. 즉 전기 공급 원가는 kwh당 272.6원이다. 하지만 현재의 전기요금은 kwh당 125원에 불과하니 한전은 전기를 팔 때마다 kwh당 147.6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전기요금의 2배 인상 없이는 이 적자의 해결이 어려워 보이지만, 7가지 정도의 다른 대책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첫째, 법 개정을 통해 한전채의 발행 한도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우량 채권인 한전채의 추가 발행은 결국 서민 및 뿌리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어 엄청난 피해를 야기할 것이다.

둘째, 한전이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대규모로 차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도 자금이 부족하여 수신 금리를 대폭 올리고 있다. 한전에 대출을 내주기 위해서는 은행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당연히 한전채보다 이율이 더 높아야 한다. 결국 매일 이자만 71억원을 지급하고 있는 한전은 한전채보다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셋째, 전기 절약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전기 절약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한전의 적자를 소폭 줄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울러 전기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소비자들에게 원가를 반영한 가격 인상이라는 신호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넷째, 정부가 한전에 재정 보조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한전이 과거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2008년 당시 서민용 전기요금 동결을 조건으로 정부 보조금 6680억원이 투입된 바 있다. 최근 일본은 정부가 전력회사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이를 재원으로 하여 전기요금 인상분 7조엔(약 66조5000억원)을 감면하는 방안을 종합경제대책에 담았다.

다섯째, 정부 보유 한전 지분의 매각을 통해 마련된 자금을 한전에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한전의 주식이 시장에 일시에 대거 풀리면 한전 주가는 폭락하여 제값을 못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이 지분을 외국 회사가 인수할 경우 국부 유출 논란이 일 수 있다. 한편 한전의 민영화라는 사회적 갈등의 소지도 생길 수 있다.

여섯째, 정부가 한전에 출자를 늘리는 방안이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정부 지분 51%는 더 늘어날 것인데, 과연 정부 지분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의문이다. 민간의 창의력을 도입한다는 명목으로 과거에 정부 지분을 국민주로 매각했던 것인데 다시 지분을 늘리는 것은 앞서의 조치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일곱째,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 구매 가격을 깎아서 지출을 줄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일부 발전사의 경영 여건이 좋다는 것이 그 명분이다. 하지만 나머지 발전사들은 적자로 전환되거나 적자가 커질 것이다. 이 방안은 발전사 대부분의 신용평가등급을 낮추는 등 전력 산업 전체를 부실화하면서 공급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은 전기요금 인상이다. 하지만 유럽처럼 전기요금을 5배에서 7배까지 올리는 것은커녕 2배로 올리는 것도 사실 가능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정부 재정 지원으로 인상 요인을 일부 흡수하면서 한전이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체력 마련을 위해 40~50%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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