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추가 대책 내놓는 정부…채권시장 안정될 수 있을까
지난달 발표된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 이후 정부가 자금시장 안정화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단기 자금 시장의 경색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책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연말을 맞은 기관들의 ‘북클로징(book closing·회계 장부 마감)’ 등 계절적 요인으로 채권 시장이 단기간에 안정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1%포인트 오른 5.51%에 거래를 마쳤다. 기업들의 대표적인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CP 금리는 최근 46 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매일 같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CP 금리는 올해 초에는 1.5%대였다.
회사채 투자심리도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회사채 3년물(AA- 등급)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신용 스프레드는 이날 기준 1.736%포인트를 기록했다. 신용 스프레드가 벌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한국과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에 국고채 금리가 보인 하락폭을 회사채 금리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연 3.669%에 마감해 지난 21(연 3.837%)일에 비해 0.168%포인트 하락했지만, 회사채 3년물(AA- 등급)은 연 5.405%에 마감해 지난 21일(연 5.492%)에 비해 0.087%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날 정부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5조원 규모의 채안펀드 2차 캐피탈콜을 실시하는 등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도 단기 자금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경호 부총리는 “국내 자금시장은 5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 대책 시행 후 회사채 금리가 지속 하락하는 등 불안이 점차 진정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다만 단기 자금 시장 중심으로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있고 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권 자금 이동 등 업권별 자금조달 여건 차별화도 애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단기자금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러 안정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회사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황이라 회사채도 국고채처럼 금리가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안펀드를 비롯한 정부의 대책이 유효한 것은 맞지만 전체적으로 자금이 매말라 있다”며 “점진적으로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연말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게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땜질식으로라도 대책이 계속 나오는 것은 단기 자금시장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면서도 “연말에는 자금 시장에 유동성이 마르는 경향이 있어서 연말을 어떻게 넘기는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이 안 좋은 증권사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초점을 맞춰서 얼마나 자금을 풀어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이종섭과 ‘채 상병 사건’ 이첩 당일 3차례 통화
- 음주운전 걸리자 “무직” 거짓말한 유정복 인천시장 최측근…감봉 3개월 처분
- [전문] “정찬우, 김호중과 스크린 골프 쳤지만 술자리 안갔다”
- ‘채 상병 특검법 찬성’ 김웅 “나를 징계하라”
- 기아차 출국 대기 줄만 300m…운 나쁘면 3일 넘게 기다려야 승선[현장+]
- ‘버닝썬 경찰총장’ 윤규근 총경 몰래 복귀 들통나자···경찰청, 인사발령 뒷수습
- 윤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 고비 넘겼지만···‘유예된 위기’
- 미국의 ‘밈 배우’ 전락한 니콜라스 케이지…그 좌절감을 승화하다
- 숨진 훈련병, 규정에 없는 ‘완전군장 달리기·팔굽혀펴기’ 했다
- 중국 누리꾼, ‘푸바오, 외부인 노출’ 의혹···판다 센터 “사실무근” 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