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진 ‘친윤계’, 타깃은 유승민?

박성의 기자 2022. 11. 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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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與지도부 및 장제원 등 친윤계 연이어 회동
전당대회 시점·룰 두고 의견 교환 가능성에…비윤계 긴장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대통령이 당무(黨務)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만난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원팀'이 되어 움직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 여당 대표는 국정 운영의 핵심 파트너인데, 대통령이 후보군에 무관심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여권 내부에선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읽기'가 화두로 부상했다. '윤심'을 얻는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현재 친윤계의 위세에 대항할 유일한 변수는 차기 여당 대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뿐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용산 대통령실과 친윤계 의원들이 이른바 '반(反) 유승민' 텐트를 구축, 차기 지도부를 '친윤'으로 메우기 위한 전략을 짜려한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친윤계 행보에 긴장하는 비윤계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지난 7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대표 권한 대행이 윤 대통령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받는 게 취재진에 포착됐다. 이에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체리가 엄지를 치켜든 '체리따봉' 이모티콘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정작 긴장감이 감돈 건 국민의힘 내부였다. 친이준석계를 주축으로 하는 비윤석열계에선 '공천 학살의 전주곡'이라는 반응마저 나왔다. 당시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의 뜻을 '받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나"라며 "아마 전당대회를 앞두고 '체리따봉'을 받기 위해 친윤계의 행보가 더 바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부터 약 4개월 뒤, 비윤계의 우려는 더 커져가는 모습이다. 12월9일,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대통령 사저에서 비공개 모임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권성동·장제원·이철규·윤한홍 의원들과 부부동반으로 만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갖기 하루 전날로, 당내에서도 극히 소수의 인사들만 해당 일정을 알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과 참석자들이 만찬 주제를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비윤계에서는 '전당대회 룰(rule·규칙)과 시점'이 화두에 올랐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한 비윤계 국민의힘 의원은 "단순히 노고나 치하하려고 관저에 의원들을 불렀겠나"라며 "당의 온 관심이 전당대회에 쏠려있다. 어떤 식으로든 대통령과 측근(윤핵관)들이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 내부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부산에 기반을 둔 여권 한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은 한 사람에게 신뢰를 주면 쉽게 거두지 않는다. 장제원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라며 "반대로 실망한 사람과는 일하기 껄끄러워 하는데, 아무래도 국정운영을 잘 이끌어가려면 '손발'이 맞는 당 지도부가 들어오길 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4월6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는 모습 ⓒ시사저널 이종현

몸 푸는 유승민에 '친윤 교통정리' 시작?

여권 내부에서는 친윤계의 타깃이 유승민 전 의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 전 의원은 각종 현안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면서 '비윤' 대표 주자를 자처하고 있다. 여기에 '민심'까지 받쳐주는 모양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유 전 의원이 전당대회의 큰 변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현행 규정은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다. 당심을 잡는 자가 당권을 잡는 구도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당심을 잃었다. 이 탓에 지난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윤심'을 업은 김은혜 후보에게 석패하기도 했다.

다만 전당대회 시점에 따라 '민심'과 '당심'의 거리가 좁혀질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하거나, '민심'을 뒤흔들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다. 또 당권을 잃은 이준석 전 대표가 유 전 의원을 원외에서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친윤계 내부에서는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늦어도 내년 3~4월 전까지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 친윤계가 전대시점이나 룰에는 공감대를 이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남은 것은 '후보군 교통정리'라는 얘기다. 현재 여권 후보들은 너도나도 친윤을 자처하고 있다. 이들이 동시에 출마한다면 자칫 친윤계 표심이 분산되거나 내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윤심'이 특정 후보에게 가있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기현 의원의 경우 용산 대통령실이 낮은 지지도를 우려하고 있으며, 안철수 의원의 경우 윤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됐으나, 용산 지역구 의원이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후보군에서 멀어진 모습이다. 이에 '신윤핵관'으로 부상한 윤상현 의원이나 '이재명 저격수'로 부상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새로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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