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예능PD들의 행선지는 ‘자수성가’ 제작사 설립[스경연예연구소]
한때 방송사 PD가 유망 직군이던 시절이 있었다. “데뷔를 시켜주겠다”며 PD를 사칭하던 사기 범죄가 많은 것도 그 이유였다. 방송이라는 자체가 주는 ‘선망’의 이미지에 고액 연봉, 연예인들과 자유자재로 친분을 맺는 모습이 그러했다.
하지만 플랫폼 무한경쟁 시대, 방송사 PD 특히 예능PD들에게 현재 상황은 아이디어를 놓고 벌이는 전쟁터가 됐다. 예능PD들의 보금자리는 대형 방송사였다가 한 때는 대형 매니지먼트 업체였다가 지금은 ‘자수성가’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MBC에서 20년을 일한 김태호PD는 최근 자신의 이름을 딴 제작사 ‘TEO’를 설립했다. 김PD는 MBC에서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등을 성공시키며 한국 예능사를 새롭게 쓴 장본인으로 불린다. 그는 MBC 사직과 더불어 대형 기획사나 제작사로의 영입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결국 자신의 이름을 딴 제작사를 만들었다.
이후 ‘더 지니어스’ ‘대탈출’의 정종연PD, ‘놀라운 토요일’의 이태경PD를 영입해 세를 불렸다. 올해 티빙 ‘서울 체크인’을 통해 몸을 푼 그는 내년 ENA에서 방송되는 ‘부루마불 세계여행’, 티빙의 ‘캐나다 체크인’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역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5일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으로 돌아온 정효민PD도 자수성가형이다. SBS에서 연출을 시작해 2011년 JTBC로 적을 옮긴 정PD는 ‘마녀사냥’ ‘슈가맨’ ‘말하는 대로’를 연이어 히트시켰으며 ‘효리네 민박’ 시리즈로 스타PD가 됐다.
그는 2018년 CJ ENM으로 옮겨 ‘일로 만난 사이’ 등을 연출하다 지난해 9월 사직서를 내고 ‘집밥 백선생’의 고민구PD와 함께 제작사 ‘스튜디오 모닥’을 만들었다. 그는 유재석-김연경-이광수와 함께하는 노동 버라이어티 ‘코리아 넘버원’을 통해 본격적인 글로벌 도화선을 당겼다.
KBS의 최재형PD도 제작사를 세웠다 ‘날아라 슛돌이’를 기획해 현재 월드컵 대표팀에 뛰는 이강인을 발굴했고 ‘천하무적 야구단’으로 야구 예능에도 도전했던 그는 지난 3월 KBS를 나와 ‘스튜디오 수파두파’를 설립했다.
그 결과물은 최근에 나왔다. 쿠팡플레이 연애 리얼리티 ‘사내연애’ 김한규PD가 해당 제작사 소속으로, 최PD는 대표로서 후배 연출자들의 길을 열고, 콘텐츠 시장에 공급자로서 자리매김 중이다.
이 밖에도 KBS ‘개그콘서트’를 연출했던 서수민PD도 제작사 ‘링가링’을 설립한 후 최근 공개된 OTT 시즌의 드라마 ‘가우스전자’와 IHQ의 모바일 OTT ‘바바요’의 MZ세대 성문화 토크 콘텐츠 ‘야!하자’ 등을 제작했다.
지상파 유명 예능PD들의 행선지는 이처럼 2011년 종합편성채널 개국 이후 종합편성채널들과 tvN이 대세였다. 이후 ‘무릎팍도사’ 여운혁PD가 미스틱으로, ‘진짜 사나이’ 김민종PD가 YG로 가는 등 기획사행이 대세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수성가가 대세가 됐다.
이는 OTT 플랫폼의 폭증으로인해 제작사가 IP(지식재산권)의 공급자로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저변이 넓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좋은 콘텐츠에는 지상파뿐 아니라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OTT까지 경쟁에 참여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작은 회사로서 창의성을 키우고 운신의 폭이 넓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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