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누구는 마스크 없이 응원하는데”…폭발한 中 민심 뒤에는

이랑 입력 2022. 11. 28. 17:03 수정 2022. 11. 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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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베이징 시민들 (출처 : 연합뉴스)


주말 사이 중국 곳곳에서는 외신이나 해외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만 확인 가능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은 중국 SNS에 올라오는 즉시 삭제됐고 중국 내 매체들은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상하이시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26일 밤부터 시위를 벌였다. (출처: 꿍민라오헤이)


중국이 그토록 인민들이 알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 바로 '민심 폭발' 현장입니다.

성난 중국인들이 한 곳에 모였고, 모인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핵산(PCR 검사) 말고 자유를 원한다!"

■ 상하이·베이징·광저우 등 곳곳에서 '성난 민심' 폭발

26일 밤 상하이시 우루무치중루에 모인 수천 명은 곧 이어 중국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시진핑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시아타이(下台), 중국어로 어떤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뜻입니다. 성난 시민들은 "시진핑 시아타이!"를 쉴 새 없이 외쳤습니다. 곧 이어 "공산당은 물러가라!"는 구호도 연발했습니다. 통제 사회인 중국에서 매우 이례적인 모습입니다.

상하이 시위는 들불처럼 빠르게 중국 전체로 퍼지고 있습니다

중국 칭화대 학생 수백 명이 27일 오후 코로나19 정책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사진 제공: 칭화대 학생)


27일 오후에는 시진핑 주석의 모교인 중국 칭화대 학생들이 학생 식당 앞에 백지를 들고 모였습니다.손에 쥔 백지는 검열에 저항한다는 뜻이자 코로나19 방역 정책 속에서 자행되는 국가의 강압에 대해 항의한다는 의미입니다.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가 있었을 때도 사람들은 백지를 들었습니다. 베이징 대학 등 50여 개 대학도 각각 시위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7일 밤에는 베이징시 량마차오루에서, 우한과 광저우에서도 주민들 수백 명이 손에 백지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3년째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에서 봉쇄와 격리에 지친 시민들의 절규가 터져 나온 순간들입니다. 사실상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처음으로 시민들이 통일된 목소리를 낸 단체 행동이기도 합니다.

■ 중국인들 거리로 나온 이유, 이것 때문?

AFP와 로이터 등 해외 언론들은 지난 24일 발생한 신장 우루무치 화재 참사를 시위의 한 원인으로 거론했습니다.

실제 26일 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 모였던 사람들은 화재 참사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불이 난 건물이 봉쇄돼 있었고 화재 진압이 늦어져서 참사가 벌어졌다는 이야기가 퍼졌기 때문입니다.

상하이 시민들이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 출처: 연합뉴스)


당국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국인들은 우루무치 화재 참사가 언제든 자신들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공감하는 듯 합니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의 고강도 방역 아래서 직·간접적으로 봉쇄와 격리의 피해를 수없이 겪었기 때문입니다.

제로 코로나 방역에 대한 저항이 사람들을 모았다면, '이것'은 애초 중국인들의 '3년 묵은' 좌절감과 분노를 끄집어냈습니다.

세계 각국 축구 팬들이 월드컵을 보기 위해 모였다 (출처 : 연합뉴스)


바로 카타르 월드컵입니다. 정확히는 마스크도 쓰지 않고 경기장에 모여 마음껏 소리 지르고 환호하는 사람들입니다.
홍콩 매체 명보는 "사람들이 (월드컵을 보면서) 해외에서 '탕핑'(躺平·몸과 마음이 지쳐서 아예 더는 노력하지 않는 태도) 이후 감염률이 높아진 것에 대해 더는 놀라지 않는 것 같다"면서 " 사람들은 대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제로 코로나'를 유지해야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마디로 똑같은 코로나19 감염증 유행 속에서 저들은 '노 마스크'로 인생을 즐기고 있는데, 왜 중국인들만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는 원초적인 질문입니다.

더구나 중국의 고강도 방역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중국인들은 지난달 공산당 20차 당 대회가 끝나면 방역이 완화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현재 베이징시를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는 역대 최대 감염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방역이 조금 완화됐다고는 하나 '봉쇄와 격리'라는 방역 원칙은 그대로입니다.

■ 중국, 온라인 검열 강화…앞으로 어떻게 될까?

중국 당국은 그저 이 상황을 인터넷에서 지우기에 바쁜 모습입니다.

시위 관련 영상은 중국 내에서 찾을 수 없고, 이제는 월드컵 생중계도 손 쓰기 시작했습니다.

27일 프랑스와 덴마크 경기를 같은 시간대 분석한 화면. 왼쪽이 중국 중앙( CC)TV인데 오른쪽 인터넷 중계와는 다르게 관중들의 모습을 코치 화면으로 바꿔 내보냈다. (출처: 웨이보)


중국 관영 매체인 중국 중앙(CC) TV는 어제(27일) 월드컵 프랑스- 덴마크 경기 생중계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국기를 흔드는 관중들을 클로즈업한 화면을 코치나 경기장 화면으로 바꿔 내보냈습니다. 관중석 장면의 경우 사람들의 얼굴을 구별하기 어려운 먼 거리 영상 등을 송출했습니다. 마스크 없이 즐겁게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중국 당국에는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제 남은 건 시진핑 집권 3기에 들어선 당국의 반응입니다. 현재로서는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이번 시위로 '제로 코로나'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위가 계속된다면 시 주석과 공산당은 무자비한 진압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안면 인식 기법 등을 동원해 시위 참가자를 하나하나 체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편으로는 관영 매체를 통해 방역 정책이 주민 생활에 불편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민심을 달래보려는 손짓입니다. 관영통신 신화사는 사설에서 "방역 정책의 유일한 목표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모든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직도 '제로 코로나' 정책의 출구를 찾지 못한 중국과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사람들. 오랫동안 쌓여 왔다 이제 겨우 조금 드러난 중국인들의 분노는 올 겨울을 겪으면서 어떻게 터져 나올지 모릅니다.

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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