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일제강점기 가옥, 문화유산 지정 추진에 친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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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가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하려는 가옥이 친일 악덕 지주의 가옥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28일 광주 남구 등에 따르면 남구는 사동에 있는 최모 씨 가옥을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착수해 지난달 17일부터 주민 의견을 받고 있다.
남구는 올해 7월 최씨 자손으로부터 향토문화유산 지정 신청을 받아 9월부터 고고학·독립운동·향토사·건축 관련 전문가가 포함된 남구향토문화유산보호위원회를 꾸려 2차례 회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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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건축학적 가치 판단…지정 결정은 신중히"
(광주=연합뉴스) 차지욱 기자 = 광주 남구가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하려는 가옥이 친일 악덕 지주의 가옥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주로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는 상반된 주장도 있는 가운데 문화재 지정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광주 남구 등에 따르면 남구는 사동에 있는 최모 씨 가옥을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착수해 지난달 17일부터 주민 의견을 받고 있다.
남구는 관내 향토 문화를 보호·관리를 위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지정된 향토문화유산에 대해서는 보존·관리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한다.
남구는 올해 7월 최씨 자손으로부터 향토문화유산 지정 신청을 받아 9월부터 고고학·독립운동·향토사·건축 관련 전문가가 포함된 남구향토문화유산보호위원회를 꾸려 2차례 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해당 가옥이 1942년 건축된 보기 드문 중층 구조의 근대 한옥 건물로 규모와 양식 면에서 건축학적 가치가 우수하다고 판단했다.
또 건물 내부에는 1900년대 광주를 알 수 있는 기록문화유산과 사진 자료·생활문화유산들이 다수 존재해 향토사적인 가치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1층과 2층 사이에 '암층'이 존재하는 점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기술가운데 하나라는 견해도 있다.
남구는 오는 16일까지 주민의견을 들은 후 위원회 결정을 바탕으로 문화유산 지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친일 흔적이 분명한 인사의 가옥을 향토 문화재로 지정하면 친일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갑제 한말호남의병기념사업회 이사장·김진환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광주전남지부장·이재연 진정한광복을바라는시민의모임 대표는 이날 이런 내용의 문화재 지정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최모 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소작 농민들에게 소작료를 60∼70%까지 부과해 소작쟁의를 3차례 이상 일으킨 악덕 지주였다"며 "친일에 앞장선 대가로 조선총독부로부터 수많은 포상을 받은 친일 인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건축학적 가치가 있는 건물일지라도 악덕 지주이고 친일 흔적이 분명한 인사가 지었고 지금도 후손이 사는 집을 향토문화유산으로 등록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문화재 지정을 고민했던 광주시와 문화재청도 건축 배경과 양식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부결하거나 반려했다.
2012년 광주시는 이 가옥이 전통 한옥 건물의 전형적인 양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재 지정을 반려했고, 2021년에도 같은 이유로 부결했다.
문화재청도 역사적 맥락에서 건축 배경이 파악되지 않고 문화재가 일부 소실돼 건축적 완전성을 이해하기 어려워 2019년 부결했다.
남구는 최씨가 독립운동을 한 기록도 있는 데다 기둥 등 주요 구조물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전통 기법인 점을 참작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남구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내용에 대한 검토도 모두 이뤄졌지만, 가옥의 건축학적 가치를 우선으로 판단했다"며 "위원회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므로 주민 의견 수렴이 끝나면 담당 부서에서 문화유산 지정 여부를 다시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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