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코로나·우크라戰으로 식품가격 급등 주범된 공급망 세계화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거시경제 부진 등 전 세계적인 혼란을 겪으면서 세계화됐던 식품 공급망의 생산·운송 비용이 증가하면서 식품가격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식품 인플레이션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지난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체 소비자 물가를 앞지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품가격지수는 최근 몇 주 간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20년 초와 비교하면 2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생산·운송 차질 영향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 생산을 늘리고 전쟁 여파가 줄어들면 가격 상승세는 줄어들 수 있지만 변동폭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공급망이 세계화되면서 다른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식품 분야에서도 재료를 수입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식품 수출 품목의 4분의 1 가량은 외국산 재료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량 공급망은 확대되는 추세다. 미 농무부는 미국의 식품 수입비율은 2008년 13.2%에서 2020년 18.3%로 늘었다고 밝혔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전 세계 밀 소비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7%에서 2019년 25%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같은 식품 공급망의 세계화와 확대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고 가격을 억제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한 국가에서 흉작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해도 수입을 늘려 가격 변동성을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식품 생산시설, 농장 등이 문을 닫고 운송이 중단되면서 인플레이션이 확대됐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료와 가공식품까지 줄줄이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식음료 기업 ‘퀴진 솔루션’은 코로나19 이전에 아시아에서 재료를 가져오는데 약 3000달러의 비용이 필요했지만 한 때 3만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4500달러로 안정화됐다. 펠리페 하셀만 퀴진솔루션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딜로이트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식음료 기업들의 90%는 재료 확보와 제품 출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스쿨의 수전 워처 교수는 “식품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공급 충격에 극도로 취약해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