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난임치료 안전성·유효성 ‘있다’ VS ‘없다’…국가지원 법안 놓고 갈등

조민규 기자 2022. 11. 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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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확인된 만큼 국가지원 필요"…직선제산과의사회 "임신성공률 부풀려진 결과"

(지디넷코리아=조민규 기자)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발의한 한방난임치료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 한의계와 의료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개정안은 난임극복 지원사업의 내용에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을 포함하도록 하여 국가 저출산 대응 정책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난임극복 지원사업 조항에 한의약 육성법에 따른 ‘한방의료를 통해 난임을 치료하는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이라는 조항을 신설하고, 난임치료의 기준 고시에도 ‘한방난임치료’를 포함했다.

관련해 28일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용대비 임신성공률이 높고, 난임부부의 선호도와 신뢰도가 높은 한의약 난임치료 사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의협은 한의약 난임치료 사업은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지자체 한의약 난임부부 지원사업 대상자 실태조사’를 통해 지자체별 한의약 난임치료사업 현황이 소개되고 효과성이 확인된 바 있으며, 전국 지자체별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조례’(법제처, 2022년 7월 4일)가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관련 우수 조례로 선정된 바 있지만 지금까지 정부차원의 지원이나 예산배정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현재 광역자치단체 13곳과 기초자치단체 32곳에 각각 16건, 33건의 한의약 난임지원 조례가 제정되고, 2020년 44곳, 2021년 47곳, 2022년 47곳의 지자체에서 시행할 정도로 활성화 되어 있는 한의약 난임치료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함으로써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난임부부의 의료선택권과 의료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2021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OECD 국가 최저 수준인 0.81명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의료정책의 대안이 없고, 현행 한의약 난임치료사업이 일부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 위주로 사업이 진행되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 주요 의제의 형평성 있는 시행과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전국적으로 다양한 지자체들이 한의약 난임치료사업을 성공리에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차원의 사업진행과 예산 지원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라며 “체외수정 시술여성의 88.4%, 인공수정 시술여성의 86.6%가 임신을 위해 한의의료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처럼 난임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한의약 난임치료를 적극 활용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적 부담 없이 한의약 난임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제도정립과 지원체계 확립이 필요한데 서영석 의원이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난임부부에게 큰 희망이 될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통과를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한방난임치료의 국가적 지원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의사회)는 28일 “이미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성공률은 부풀려진 결과이며,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음이 강조되어 왔음에도 또 다시 국가적 지원 계획 시도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

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한방난임치료의 임신 성공률은 오직 12.5%로 이는 아무런 치료 없이 단순 관찰한 원인불명 난임 여성에서의 임상적 자연임신율 24.6~28.7%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고, 한방난임사업 임신율의 성공률은 1시술 주기당 1.6%로 인공수정의 1/9, 체외수정의 1/18수준이며(2016년 난임부부 지원 사업),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한 지자체들의 자체 분석 결과 침구치료와 약침술의 시술 여부에 따른 임신 성공률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방치료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폐경에 이르게 되면 시험관 시술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한방난임치료를 옹호하고 지원하는 것을 임신율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국가 저출산 대응 정책의 새로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정부를 보면 지금까지 왜 저출산 정책이 실패했는지 알 것 같은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한방난임치료는 안전성 또한 미 입증된 치료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어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한방난임치료의 대표격 한약인 조경종옥탕 및 온경탕에는 한 첩당 3~4g의 목단피가 함유되는데 이 한약재는 유산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 때문에 식약처·세계보건기구 등도 임신 중 목단피 복용을 금기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가 진행한 한방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한약이 임신 중 태아에 미치는 영향’ 최종 보고서를 보면 상당수의 한약이 유전자 돌연변이, 세포독성, 염색체 이상 등의 문제를 유발했고, 임신한 생쥐에게 백출을 투여한 결과 태아의 유전적 이상이 발생했으며, 임신 초기 생쥐에게 한약을 투약하니 분만 태아 수가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이러한 위험성에도 지자체에서는 한방난임사업을 여전히 시행하는 무책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아직까지 한방난임 약제에 안정성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 없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한방의료기관의 난임 및 임신 유지 치료의 안정성·유효성을 검토하거나 인정한 바 없으며, 지원을 위한 연구 사업 등을 발주한 바 없다’라는 입장인데, 이번 무분별하게 한방난임치료 지원이라는 법률안은 심히 기가 막히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혈세 낭비의 중단 및 실낱같은 희망으로 난임 치료를 받는 난임 부부들을 위해서 유효성이 입증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위해를 가할 가능성까지 있는 한방난임치료의 국가적 지원을 당장 중단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조민규 기자(kio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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