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기업용 5G 주파수 실패, 정부는 자유로운가
최근 정부가 통신사들을 상대로 칼을 휘둘렀다. 시설 투자가 미흡하다며 2018년 통신사들이 거액을 주고 산 '28㎓ 주파수'에 대해 할당 취소 처분을 내린 것. 이를 두고 여론은 통신사들이 이윤 챙기기에 급급해 투자를 게을리했다며 "맞아도 싸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주파수를 산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씁쓸한 반전이 있다. 통신사 못지않게 정부 역시 5G 주파수 정책 실패를 가져온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사정은 이렇다.
4년 전, 정부는 통신 3사에 두 개의 5G 주파수를 팔았다. 일반 국민이 쓰는 '전국망 주파수(3.5㎓)'와 소위 기업용으로 불리는 '28㎓ 주파수'였다. 통신사들은 대국민 서비스 주파수가 아닌, 제한적 활용이 예상되는 28㎓ 주파수에 관심이 작았다. 그럼에도 3.5㎓ 주파수와 묶음식으로 진행된 탓에 정부 경매에 군소리 없이 응했다.
문제는 4년이 지나도 정부 자신감과 달리 28㎓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통신사들은 "4년 전 경매 때 우리는 28㎓ 주파수의 타당성조차 제대로 살펴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토로한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국이라는 성과 만들기에 급급해 경매 절차를 초고속으로 진행한 탓이다. 신규 주파수 분배를 위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반드시 '주파수심의위원회'가 가동돼야 했는데 이런 기본적 절차조차 무시됐음이 2020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졸속 경매의 부작용은 4년이 흘러 정부 공무원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5년 시한'으로 판매한 28㎓ 주파수를 내년 통신사들에 재할당해야 하는 것. 그런데 통신사들은 수요처가 없어 손실만 키우고 국민들에게 욕만 먹는 28㎓ 주파수를 내년에 다시 구매할 이유가 없다. 한마디로 '손절' 대상이다.
통신사들이 내년 28㎓ 주파수 재구매에 불참하면 담당 공무원들은 수천억 원의 국고 손실 등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내년 재할당이 부진할 위험성에 정부는 최근 주파수 할당 취소라는 초유의 카드로 28㎓ 주파수 상용화 실패의 책임이 정부가 아닌, 시장(통신사)에 있음을 미리 규정했다.
국민을 실망시키고 내년 국고 손실마저 예상되는 28㎓ 주파수 정책 참사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엄정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이재철 디지털테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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