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영국 속의 인도인

2022. 11. 28. 16: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유대인 뺨치는 교육열
정치·법조·금융 등 각계 포진
첫 인도계 총리까지 배출

최근 영국의 정치적 상황은 전 세계인들의 비웃음을 자아내는 한편의 촌극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 대혼란은 최종적으로 영국 역사상 최초의 힌두 총리가 탄생했다는 한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남겼다.

여러 가지 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리시 수낵은 이제껏 최고 또는 최악의 총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영국인들에게, 이제 인도계 총리를 맞았다는 사실만은 반가운 소식이다.

인도인들은 18세기부터 영국으로 이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큰 유입은 1950년대와 1960년대, 2차대전 이후 인구가 급격히 감소된 영국이 인도인들의 이민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이면서였다. 그리고 케냐, 우간다, 잔지바르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추방된 인도인들의 이주를 영국 정부가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 인도인들의 두 번째 대거 유입이 일어났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수십 년간 영국 정부가 그다지 큰 성과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인도인, 파키스탄인, 방글라데시인들의 이주를 받아들여 정착시킨 것만은 신의 한수였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 왜 동네 작은 상점들의 오너는 인도인들인지, 또한 왜 영국의 모든 동네마다 인디언 테이크아웃 식당이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나는 이들이 어떻게 영국으로 오게 되었는지, 또한 이들이 영국의 현대사를 어떻게 바꾸게 될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인도인들은 긴밀한 공동체 의식이 있었고 가족 간의 결속력도 강했다. 그리고 자녀의 성공을 위해 경제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1980~1990년대에 작은 점포들을 운영했던 인도 이민 1세대들은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에서 소규모의 자영업을 하다 추방당한 상인들이었다. 이미 유창한 영어 실력과 타국에서 도소매업을 운영해 온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은 영국에 어렵지 않게 적응해 나갔다.

한국인이나 유대인들 못지않게 인도인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교육이었다. 인도 이민 1세대들은 그들의 자녀들을 작은 점포의 사장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1980년대 나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영국 태생의 인도계 친구들의 학업 성적은 언제나 백인 친구들을 능가했다. 그들의 부모는 엄격하고 공부를 강요했다. 여자아이들을 쫓아다니거나 숨어서 담배를 피우고 축구를 하는 대신 그들은 열심히 공부를 했고 그 결과 의사나 변호사가 되었다.

우리 아버지는 치과의사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의 동료는 예외 없이 모두가 백인이었지만, 이제 그의 동료들의 대부분은 인도계다.

이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인도계 법조인, 은행가, 그리고 수낵과 같은 고위 정치인을 찾아볼 수 있고, 이들이 영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수낵이 재앙을 초래하는 영국 하원에 의해 축출되거나 다음 선거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영국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하던 인도인 커뮤니티가 반세기 만에 국가의 엘리트 계층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은 이들이 가진 엄청난 저력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