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추진 논의···탄핵소추·시점 두곤 이견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한 달째를 맞은 2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추진할 뜻을 시사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의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추진할지를 두고는 이견을 보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장관 파면을 요구한 최종 시한인 이날 일제히 이 장관 해임건의안 추진을 시사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멀쩡한 행인들이 길을 걷다가 터무니없는 이유로 질식 사망하는 이런 일이 벌어져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나서서 국민과 함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국민인지, 이 장관인지 이제 선택하시라”라며 “유가족과 국민을 대신해 내일부터 국회에서 단호하게 책임을 묻는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해임건의안, 탄핵소추안, 선 해임건의안·후 탄핵소추안 추진 방안 등을 놓고 논의했다. 민주당은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이 장관을 경질하지 않는 윤 대통령에게 공을 돌리기 위해 해임건의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당 지도부 내에서는 해임건의안의 필요성에 대한 이견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최고위원은 “우선 해임건의안을 추진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논의했다”고 전했다.
해임건의안을 추진한다면 오는 29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발의하고 다음 달 2일까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해임건의안은 발의한 후 첫 번째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되고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다음 달 1일과 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면 윤석열 정부 들어 두 번째 사례가 된다. 169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9월 윤 대통령의 ‘외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가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추진할지를 두고는 당내 의견이 엇갈렸다. 강경파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정치적 권고에 불과한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탄핵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임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탄핵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강경파 의원모임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탄핵으로 바로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탄핵소추안을 추진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뒤집히면 후폭풍을 생각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해임건의안과는 달리 탄핵소추안을 추진하려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중진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이 장관이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오히려 이 장관 유임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한 직후 해임건의안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도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진상규명이라는 국정조사 본연의 목표는 잊히고, 이 장관이 그만두냐 안 두냐로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국정조사가 끝난 이후 이 장관의 책임을 물어 해임건의안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추진과 국정조사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행안부 장관이 파면되더라도 일반 증인으로 채택해서 행안부 장관의 책임도 추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추진하면 국정조사에 불참할 뜻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 장관 파면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 국정조사특위 위원 사퇴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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