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이후 6년만에···‘자유민주주의’ 일방 추가된 새 교육과정에 역사교사들 ‘실명 선언’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 기간이 끝나가면서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추가한 역사과 교육과정에 대한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국정교과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국 역사교사들이 실명 선언에 나섰고, 학계에서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 1191명은 “교육부는 역사과 교육과정에 대한 일방적 수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실명 선언문을 28일 발표했다. 역사교사들이 교과서 문제로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교육부가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에 연구진 동의 없이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끼워 넣은 데 대해 “교육부가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역사교육을 앞장서 정치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교사들은 교육부가 역사과 교육과정 연구진들에게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추가하라고 요구하며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 법령에 규정된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 심의·의결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절차적 문제 등도 지적했다.
교사들은 “국정교과서가 폐기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앞으로는 진보·보수와 상관없이 역사교과서에 부당한 정치적 개입을 하는 정권이 탄생하지 않으리라고 믿었지만 이는 처절하게 무너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자유민주주의 서술 추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교육부를 향한 역사교육학계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4일에도 역사교육연구회·역사교육학회·역사와교육학회·웅진사학회·한국역사교육학회 등 5개 학회가 “보편적 민주주의와 구별되는 ‘자유민주주의’는 이미 반공주의적 이념 편향성이 강한 언어로 이해되고 있다”며 “교육부의 임의 수정은 교육과정 개정이 지녀야 할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의 학습요소와 성취기준 해설에 명시돼 있던 제주 4·3 사건이 새 교육과정에서는 빠진 것에 대해서도 유족회와 제주도의회 등이 반발하고 있다. 행정예고대로 교육과정이 개정될 경우 4·3 사건을 교과서에서 다뤄야 할 근거가 사라지고, 출판사의 판단에 따라 수록 여부가 결정된다.
총론 노동교육·생태전환교육 삭제, 사회과 ‘성소수자’ 용어 삭제 등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행정예고 마감일인 이달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과정 총론에서 삭제된 노동교육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로 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8일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는 서한을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행정예고 기한은 이달 29일이다. 교육부는 행정예고 기간 수렴한 의견 등을 이번 주 중 공개하고, 이를 반영해 다음 달 초까지 국가교육위원회에 상정할 최종안을 만들 예정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새 교육과정을 심의해 의결하면 교육부가 연말까지 확정·고시하고,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학교 현장에 적용된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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