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브앱' 만든 블록체인랩스, 세상에 없는 메신저 만들었다

김대은 기자(dan@mk.co.kr) 2022. 11. 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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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완 공동대표

"블록체인은 인터넷의 근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미래 기술인데도 지난 10년간 가상화폐 거래 외에는 실질적 효용을 주는 제품과 서비스가 부재했다. 블록체인랩스가 실생활에서 효용을 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에 전념한 이유다."

임병완 블록체인랩스 공동대표는 최근 자사의 새로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블록챗'이 세상에 출현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블록챗은 보안성 강화와 서비스 안정성을 장점으로 내세운 메신저다. 카카오톡·라인 등 기존의 메신저는 회사가 운영하는 중앙 서버에 대화 내용이 저장되는 것과 달리 블록챗은 중앙 서버에 이를 저장하지 않는다.

대신 발신자와 수신자의 개인 휴대전화에만 내용이 저장되므로 대화 내용이 유출될 염려가 적다. 또한 별도의 서버를 두지 않고 있으므로 데이터센터 화재 등 불의의 사고로 인해 서비스 전체가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박종훈 공동대표

원치 않는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광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한 것도 블록챗의 특징이다. 기존의 메신저는 연락처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친구 관계가 등록되고, 그중 누구에게나 연락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블록챗으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의 '연결 코드'를 입력해야 한다. 연결 코드를 통해 서로 연락하더라도 둘 중 한 명이 원할 경우 상대를 즉시 차단할 수 있다.

박종훈 블록체인랩스 공동대표는 "택배 기사와 일회성으로 연락한 뒤 카카오톡 메신저에 친구로 등록돼 서로의 개인 프로필이 노출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라며 "블록챗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대방과 연락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각 사용자에게 부여되는 '커넥션 코드'를 공유하면 된다. 커넥션 코드 자체는 현장에서 직접 대면해 공유할 수도 있고,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이용해 보내도 된다.

블록챗의 또 다른 기능은 대화 수정 기능이다. 기존의 메신저는 대화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 대체로 불가능하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본인의 것만 수정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블록챗에서는 상대방이 나에게 말한 내용도 수정할 수 있다. 내 기기에서 대화 내용을 수정하더라도 상대방 기기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이는 대화 내용 유출을 방지해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이다.

유병철 블록체인랩스 수석개발자는 "기존 메신저는 본인이 원치 않는데도 상대방이 나와의 대화 내용을 캡처해 유출하는 경우가 잦았다"며 "블록챗은 대화 내용의 진위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캡처된 내용이 아무런 가치가 없어지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블록챗은 현재 애플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유 개발자는 "연내 사진·영상 전송 기능과 그룹 채팅방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기술로 음성을 변조함으로써 녹취에 대한 걱정 없이 통화하는 기능을 내년 상반기 중으로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블록체인랩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인 앱 '쿠브(COOV)'의 개발사다. 엔데믹 국면에 진입한 지금은 이용자가 많이 줄었지만,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며 다운로드 횟수가 3700만건에 달했다. 임 대표는 "미국에서 회사를 운영하던 당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종이로 나눠주는 걸 보면서 쿠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랩스는 임병완·박종훈 두 대표가 다음(현 카카오)에서 만나 공동창업했다. 처음에는 실리콘밸리에서 냅스터를 창업한 사람과 만나 아이디어를 얻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음악 창작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다.

임 대표는 "결과적으로 총 7개의 프로젝트를 내놓아 모두 실패했다"며 "기술의 미성숙과 마케팅 부족 등 사유는 다양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던 도중 2017년 불어닥친 전 세계적 가상화폐 열풍이 이들에게는 기회가 됐다. 당시 블록체인랩스는 가상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기술을 모두 갖고 있었고, 실제로 이와 관련해 거액의 투자 제안도 받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블록체인랩스는 가상화폐 발행을 포기했다. 임 대표는 "가상화폐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과도한 가상화폐 열풍에 편승하면 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러한 결정 때문에 회사를 떠난 직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회사는 세상에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전념했다. 그리고 2018년 마침내 기존보다 속도가 빠르고 대용량 처리가 가능하며 세계 유일무이의 가상화폐 없는 퍼블릭 블록체인인 '인프라블록체인'을 개발했다. 하지만 코인 이코노미에 익숙한 당시 시장에서 코인이 없는 블록체인은 큰 반응을 얻을 수 없었다. 2019년에는 미국 UC버클리·스탠퍼드대 등에 위치한 상점과 대학생 사이를 직접 연결하는 '요세미티 카드' 서비스를 내놨다. 사실상 신용카드 기능을 하면서도 수수료가 없다는 특징 덕분에 80여 개 가맹점과 3000여 명의 가입자를 모집했지만 이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역시 서비스를 종료했다.

인고의 시간 속에서 블록체인랩스는 뜻밖의 기회를 얻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질병관리본부가 블록체인 기반 백신 접종 증명서를 개발할 곳을 찾아나선 것. 서비스 특성상 가상화폐와 연계된 곳은 선정하기 어려웠기에 유명 기업 대부분이 경쟁에서 밀려났고 무명 기업이었던 블록체인랩스가 개발사로 선정됐다.

임 대표는 "전 국민이 블록체인 지갑을 휴대전화에 설치해 사용하는 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가상화폐 거래 없이도 블록체인이 이 정도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셈"이라고 말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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