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자퇴생, 후배들의 '빛'으로
[EBS 뉴스12]
한때 컴퓨터 게임으로만 인식되던 e스포츠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4억 명이 넘게 시청하는, 스포츠의 한 분야로 급성장했는데요.
대표적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우리나라의 선수들이 맞붙어 화제가 됐습니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데프트, 김혁규 선수인데요.
두 선수는 나란히 같은 학교를 자퇴한 이력이 있는데, 선수들의 선전으로,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은 물론, 학교의 교육관도 달라지고 있다고 있다고 합니다.
황대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해 '롤드컵' 결승전은 '마포고 전설의 듀오'의 맞대결로 화제가 됐습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같은 학교 출신인 두 선수가 만난 겁니다.
두 선수의 모교입니다.
이렇게 정문에 두 선수의 결승 동시 진출을 기념하는 현수막도 걸었습니다.
33년째 마포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장 선생님은 두 선수의 포스터를 나란히 붙여놨습니다.
인터뷰: 김성환 교장 / 서울 마포고
"(페이커는) 늘 바쁘고 연습하고 시험 때 잠깐 나왔다 가고 이런 상황이니까 담임 선생님들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데프트 학생은 2학년 과학중점반이었어요. 구석에 자그마한 학생이 말수 없이 조용히 앉아있는 걸 한두 번 본 것 같아요."
출석일수가 부족해 자퇴를 하겠다는 두 선수에게 졸업장만큼은 쥐어주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성환 교장 / 서울 마포고
"테니스부를 운동선수로 봐줬듯이 e스포츠 선수도 그런 쪽으로 좀 인식이 갔다면 얼마든지 구제해서 자랑스러운 저희 학교 졸업장을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 교장은 축제 때 학생들이 e스포츠 대회를 여는 걸 허용하고, 학생들과 결승전을 함께 보기 위해 이틀 동안 롤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성환 교장 / 서울 마포고
"저는 (학생들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롤드컵 결승에서 롤 파크 가보니까 정말 놀랍고요. 왜 이렇게 애들이 빠져들고 이렇게 좋아하는가를 알려면 (기성세대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좀 접해야 되지 않을까…."
다만 모두가 e스포츠 선수가 될 수는 없는만큼, 학생들에게 학업과 취미의 균형을 잡을 것을 주문했습니다.
인터뷰: 김성환 교장 / 서울 마포고
"좋아하는 것 하고 잘하는 것 하고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을 두고 자제를 좀 해야 할 것 같고요. 자기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그걸 명확히 할 것 같아요.
과학중점학교로 지역에서 이름난 이 학교, 이제는 세계챔피언 둘을 동시에 배출한 학교로 더 유명합니다.
인터뷰: 손민구 2학년 / 서울 마포고
"이 근처 학교들이 그렇게 수준 차가 크지 않으니까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선수 있는 학교를 오자…."
데프트 선수가 수험생들에게 전한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
인터뷰: '데프트' 김혁규 / 지난 11월 21일
"끝까지 포기만 안 하고 계속 하게 됐을 때, 지금 실패들은 정말 다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좋은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해서…"
학생들에게 이보다 좋은 동기부여는 없습니다.
인터뷰: 이아람 2학년 / 서울 마포고
"(두 선수가) 10시간 넘게 훈련을 하면서 세계 최정상이 됐던 것처럼 저도 10시간은 못 하더라도 2시간, 3시간 또는 4시간, 그렇게 조금씩 차근차근 해나가면 그래도 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두 선수를 보며 입시경쟁에 지친 마음을 위로 받기도 합니다.
인터뷰: 최건 2학년 / 서울 마포고
"(좋은 대학 가는 학생은) 솔직히 전체 100% 중에 4% 정도밖에 없잖아요. 근데 그 4%가 아닌 나머지 96%에게 위안과 파이팅을 주지 않았나…. 왜냐하면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걸 이렇게 보여줬으니까."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를 떠났지만, 이제는 후배들의 빛이 된 선배들.
마포고 측은 두 선수가 원한다면 명예졸업장을 주는 절차도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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