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손배·가압류 남발로 노동3권 빈껍데기 돼”
정의당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검토 중단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노동3권을 빈껍데기로 만드는 손해배상, 가압류가 지나치게 많이 남발되고 있다”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시민사회의 노란봉투법 연내 처리 요구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차원의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시민단체인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또는 가압류 청구를 제한하는 법이다. 이 대표는 “자손만대가 갚아도 불가능할 정도의 엄청난 금액을 손해배상 청구하고 가압류하는 바람에 전 재산이 묶여서 죽을 때까지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가혹한 손해배상·가압류 남용이 사실상 노동3권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 ‘폭력·불법 파업까지 보장하자는 것이냐’라는 프레임이 있다 보니 이 법안에 대한 오해도 많이 생겨난 것 같다”며 “노동3권 중에서도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헌법 취지에 맞게 보장하는 안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7일 노란봉투법을 ‘합법파업보장법’으로 부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운동본부는 이 대표에게 노란봉투법을 당론으로 정해 연내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박석운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 등은 왜곡된 프레임으로 흑색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노란봉투법) 내용은 ‘진짜사장교섭법’ ‘특수고용노동권보장법’ ‘손배폭탄방지법’ ‘합법파업보장법’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노동자들이 법에 보장된 작업중지권을 행사해도 사용자들은 손해배상·가압류를 심각하게 남용하고 있다”며 “지금의 손해배상·가압류 제도는 반드시 합리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명선 민주당 대변인은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환노위 법안소위원회가 열릴 수 있도록 국민의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에게 환노위에 적극 참여해 시민사회 뜻을 받들 수 있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연내 처리 여부에 대해선 “최선을 다하겠지만 민주당 의지만 갖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환노위원들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오는 30일 노란봉투법을 법안소위에 상정하자고 국민의힘에 요구했다.
정의당은 이날로 닷새째 총파업 중인 화물연대와 만났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부·여당은 교섭 당사자로서 화물노동자의 목소리를 배제한 일방적인 당정 협의안을 철회해야 한다”며 “화물노동자의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업무개시명령 검토 또한 즉각 중단하고 6월 합의 이행을 위한 책임 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할 예정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집단 운송 거부로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심상정 의원은 간담회에서 “정부가 노동자를 협박하는 용도로 업무개시명령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수정하거나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가 업무개시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질 수 있다. 화물운송종사 자격 취소·정지가 내려질 수도 있다. 심 의원은 “정부가 파업을 시작도 하기 전부터 업무개시명령을 흔들어대는 것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압살하려는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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